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 비위와 관련된 고급정보를 제공한 내부고발자 2명에게 총 5,000만달러(567억3,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기업의 비위 사실을 고발한 내부고발자 수는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섰다.
SEC는 26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내부 비리를 고발한 2명의 내부고발자에게 각각 3,700만달러와 1,300만달러를 포상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3,700만달러는 SEC가 내부고발자에게 수여한 포상금 중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지난해 3월 세계적 금융투자회사 메릴린치의 비리를 고발한 한 내부고발자가 5,000만달러를 받았고, 같은 해 9월엔 3,900만달러(약 442억4,500만원)를 받는 사례가 있었다.
SEC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JP모건의 내부 비리 내용과 내부고발자의 신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 내부고발자는 JP모건이 2015년 12월 고객들 몰래 대규모 투자금을 헤지펀드와 자체 뮤추얼펀드에 투자한 사실을 고발했으며, 이로 인해 JP모건은 해당 투자자들에게 3억700만달러(약 3,483억원)를 배상하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포상금 1,300만달러를 받은 내부고발자는 당시 JP모건의 임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인 노버그 SEC 내부고발국장은 “내부고발자들은 사건 해결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건’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포상은 내부고발자가 투자자와 자본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SEC의 수사에 얼마나 중요하고 사건의 성공적ㆍ효율적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상징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SEC는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금융감독제도 개혁법)에 따라 이듬해부터 내부고발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기밀로 유지하고, 제공한 정보의 결과로 기업에 부과된 금전적 제재가 100만달러를 초과할 경우 제재금액의 10~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게 골자다. 포상금은 범법행위를 저지른 기업들이 SEC에 낸 벌금으로 조성된 투자자보호펀드에서 지급된다.
SEC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부고발자 수는 2012년 3,000여명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서는 등 지난 7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내부고발자는 5,282명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해외 72개국에서도 내부고발이 있었다. 2012년부터 내부고발자 61명에게 지급한 포상금은 총 3억7,600만달러에 달한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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