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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김학의 특수강간 혐의, 성인지 감수성 감안하면 유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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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김학의 특수강간 혐의, 성인지 감수성 감안하면 유죄 가능”

입력
2019.03.27 20: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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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한 특수강간 혐의는 앞선 두 차례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피해자 답지 않은 행동’으로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성인지 감수성’을 감안하면 기소는 물론 유죄판결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3년 1차 수사 당시 김 전 차관이 받은 특수강간 혐의는 모두 두 건. 2007년 4월과 2008년 3월 각기 발생한 사건에 피해자들도 달랐지만, 당시 피해자들은 검찰에서 “윤씨가 수시로 주먹을 휘두르며 욕설을 일삼았고, 성폭행 장면을 몰래 촬영해 말을 안 들으면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1년여간 감금 상태로 지내며 권총 등으로 위협받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과 윤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윤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거나 강간 피해 직후 신고하지 않고 윤씨와 1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는 등의 피해자들의 태도가 문제였다. 검찰은 이를 “피해를 당한 사람의 일반적인 행동과 동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반면 강간 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윤씨와 “피해자들을 알지 못한다”는 김 전 차관의 주장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피해자들의 진술과 태도가 엇갈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범죄 사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한 뒤 가해자를 위해 순두부집을 찾아 나섰다는 등의 행위를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행동을 정형화해 편협한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최근 ‘미투운동’과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결 등의 여파를 감안할 때 피해자들의 기존 진술만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 당시 피해자 변호를 맡았던 박찬종 변호사는 “김 전 차관 사건의 피해자들도 ‘왜 도망가거나 신고하지 않고 계속 관계를 유지했냐’ 등의 지적을 받는다”며 “이는 당시 피해자들이 받았던 폭력과 협박을 간과한 것으로, 피해자들은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재수사 때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강제성, 폭력성을 인정한다면 기소는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검찰 재수사가 진행되면 과거 무혐의 과정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면 김 전 차관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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