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챔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내 마음 속 MVP”
올 시즌 내내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세터 이승원(26)이 활짝 웃었다.
이승원은 27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그간 힘들었던 기억과 마음의 부담감이 챔프전 우승으로 한꺼번에 다 내려가 버렸다”면서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동료들이 많이 걱정하셨는데 좋은 결과로 시즌을 마치게 돼 정말 홀가분하다” 고 전했다. 최 감독이 “내 마음속의 MVP는 이승원과 여오현(리베로)”이라며 눈물을 흘린 데 대해서도 “형들과 기뻐하느라 나중에 TV 영상을 보고 알았다”면서 “나 또한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승원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주변의 시선도 많이 의식됐다”면서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음을 우회적으로 털어놨다. 이승원은 “팀 멤버가 좋아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모두 제 탓인 것 같아 저 역시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마지막에는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라고 했다.
이승원은 지난 시즌 주전 세터였던 노재욱이 팀을 떠난 뒤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기복이 심했다. 시즌 내내 최태웅 감독의 질타도 받았고 ‘대체 세터’라는 팬들의 비난도 있었다. 이승원은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실제로 포스트 시즌 세트 성공률을 56.1%까지 끌어올리며 정규 시즌 성공률(51.8%)을 웃돌았다. 또 세터의 평가 기준이 되는 원블록(상대 블로커 1명이 블로킹을 시도하는 것)이나 노블록 상황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작전 타임 때마다 최 감독으로부터 “나이스 토스”라는 칭찬을 받을 정도였다. 이승원은 “큰 경기에서 제가 더 부담감을 가질까 봐 감독님이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기를 살려주신 것 같다”라며 몸을 낮췄다.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백미였다. 이승원은 승부처마다 주공격수인 전광인 대신, 백업 선수였던 허수봉에게 공을 올리는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으로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최 감독 역시 “그 경기 승리 이후 선수들의 분위기가 확 올라왔다”라고 평가했다.
올 시즌 유난히 크고 작은 부상이 많았다. 시즌 초반에는 손가락 부상을 입어 신인 이원중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챔프전 1차전에서는 근육 경련이 있었고, 2차전에서는 디그 과정에서 심판석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가 알미늄 상자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했다. 3차전에서도 수비 중 충돌방지판을 넘어 고꾸라지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승원은 “경기력이 올라올 만 하면 부상을 당하곤 했다”면서 “그래도 매 게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한 시즌을 훌륭하게 마무리한 만큼 “우선은 좀 쉬고 싶다”는 이승원은 그러면서도 “다음 시즌에는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승원은 “팬들에게 기복 없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올 시즌 경기 영상을 되짚어보면서 꼼꼼히 공부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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