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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조선-FBI ‘연계 수위’ 따라 북미관계 더 꼬일 수도

입력
2019.03.27 20:21
수정
2019.03.27 2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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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전복 획책” 반발할 듯… 대화협상 조건으로 범죄자인도 요구 가능성

지난달 22일 괴한들이 침입한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괴한들이 침입한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또 다른 악재를 드리우고 있다. 자유조선이 김정은 정권 전복을 노리는 단체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연계 수위에 따라 가뜩이나 신경전이 치열한 북미관계가 더욱 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26일(현지시간)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10명에 포함된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 '아드리안 홍 창'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넘기기 위해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자유조선도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며 "FBI와 상호 비밀 유지에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정보 공유는 FBI의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자유조선 측 주장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자유조선이 FBI와 정보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스페인 언론은 스페인 경찰과 정보당국을 인용해 대사관을 습격한 괴한 10명 중 적어도 2명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계됐다고도 보도했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이란 민감한 시기를 감안해 이 사건 자체에 미국의 대외공작을 전담하는 CIA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미 공영방송 NPR에 “미국의 개입이 드러나면 정상회담, 그리고 북한과의 외교가 무너지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CIA가 개입했을 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다가 미국으로 도망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인권운동가 아드리안 홍. 미국 케이블채널 C-SPAN2 캡처
지난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다가 미국으로 도망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인권운동가 아드리안 홍. 미국 케이블채널 C-SPAN2 캡처

다만 이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FBI에 정보를 넘기면서 신변 보호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커 미국이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북한에는 민감한 대목이다. 미국이 이들을 보호하면서 자유조선과 협력하는 정황이 나타난다면, 북한으로선 미국이 배후에서 체제 전복을 획책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할 공산이 크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이들의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면 북미 협상의 난제로 등장할 수 있다. WP는 “미국 당국과 이 단체간 실질적인 유대가 비핵화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북미 모두 대화의 판 자체를 깨지는 않으려는 모습이어서 양측 모두 대사관 습격 사건을 표면화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이를 공론화할 경우 도리어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 전복 단체의 존재를 알리는 격이어서 문제를 키우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사관 습격 사건 후 한달 이상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해온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국장은 NPR에 “이번 사건이 미국과 북한간 협상에 큰 충격을 줄 것 같지는 않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 등 더 큰 이슈가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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