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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부터 승려까지 "한국 싫다"… 혐한 얼룩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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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부터 승려까지 "한국 싫다"… 혐한 얼룩진 일본

입력
2019.03.28 09:00
수정
2019.03.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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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포트모르즈비 APEC 하우스에서 열린 'APEC 지역 기업인 자문회의(ABAC)와의 대화'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포트모르즈비(파푸아뉴기니)=연합뉴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포트모르즈비 APEC 하우스에서 열린 'APEC 지역 기업인 자문회의(ABAC)와의 대화'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포트모르즈비(파푸아뉴기니)=연합뉴스

“(한국인은) 속국 근성의 비겁한 민족.” “재일 (한국인을)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신규 입국 거부해 리셋하자.”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연금기구의 간부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글을 삭제했지만, 국내에선 일본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이슈로 한동안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일본 내 혐한 정서는 한두 해 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같은 해 12월 한국 구축함 레이더 논란, 지난 2월 문희상 국회의장의 위안부 문제 관련 일왕 사죄 필요성 언급 등 한일관계에 불편한 현안들이 돌출하면서 일본은 잠재돼 있던 선입견을 ‘혐한’이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한일관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일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파 단체가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우회적으로 조장하는 피켓과 일장기를 들고 행진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파 단체가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우회적으로 조장하는 피켓과 일장기를 들고 행진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우익 단체가 혐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우익 단체가 혐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①“한국과 단교” 도쿄 한복판 혐한 집회 

지난해 10월 말 한국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음달 일본 도쿄역 앞에는 욱일기가 단체로 등장했다. 300여명의 사람들 입에선 “죽어라 한국”이라는 원색적인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한국이 한일기본조약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한국과의 단교를 요구했다. 일본의 화해 제스처로 한동안 잠잠하던 일본 우익 단체의 혐한 시위가 강제징용 관련 판결을 계기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같은 자리에서 혐한 집회를 이어갔다.

한편에서는 우익 세력에 맞서는 ‘헤이트 스피치’ 반대파들의 맞불 시위도 진행됐다. 특정 인종 혐오 발언에 반대하는 이들은 ‘차별주의자는 돌아가라’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우익 세력과 반대 세력이 도로에서 마주치면서 양측간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은 지난해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일본 원폭 투하 장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었다가 한일 갈등을 촉발했다. 번 더 스테이지 캡처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은 지난해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일본 원폭 투하 장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었다가 한일 갈등을 촉발했다. 번 더 스테이지 캡처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지난해 광복절에 입은 티셔츠를 문제 삼아 일본방송 출연 일정이 취소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3일 도쿄의 도쿄돔 앞에서 한 남성이 유인물을 나눠주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유인물 끝에 ‘죽도(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 씌여있다.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지난해 광복절에 입은 티셔츠를 문제 삼아 일본방송 출연 일정이 취소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3일 도쿄의 도쿄돔 앞에서 한 남성이 유인물을 나눠주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유인물 끝에 ‘죽도(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 씌여있다.도쿄=로이터 연합뉴스

 

 ② 방탄소년단 ‘원폭 티셔츠’ 논란 

남성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1월 ‘원폭 티셔츠’ 때문에 일본 극우 세력으로부터 ‘반일 그룹’이라는 비난을 당했다. BTS 멤버인 지민이 원폭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은 게 문제였다. 해당 티셔츠는 한 국내 브랜드가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었다. 일본에선 “BTS가 반일 활동으로 한국에서 칭찬받고 있다”는 잘못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BTS는 아사히TV ‘뮤직스테이션’ 출연이 갑자기 취소되고 일본 공영방송 NHK의 최대 음악축제 ‘홍백가합전’ 초대 추진도 없었던 일이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BTS의 공연이 열린 도쿄돔 인근에서 한 우익 인사가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BTS의 인기에는 크게 타격이 없었다는 평이다. 당시 일본 투어 공연은 38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일본 고야산진언종 곤고부지 홈페이지에 게재된 헤이트 스피치에 관한 사죄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일본 고야산진언종 곤고부지 홈페이지에 게재된 헤이트 스피치에 관한 사죄문. 공식 홈페이지 캡처

 ③승려도 혐한 발언… “한국인은 최악의 쓰레기” 

일본 종교계에도 혐한은 숨어 있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본 와카야마현 고야산에 있는 한 대형 사찰인 곤고부지 승려가 1월 SNS를 통해 한국인을 비방했다. 그는 한국인에 대해 “한국인들은 개인적으로 사귀면 기분 좋은 녀석들뿐이지만, 거기에 국가나 조직이 얽히면 귀찮게 된다”며 “한국인 3명이 모이면 최악의 쓰레기인가”라고 주장했다.

혐한 발언을 올린 승려는 이 절의 홍보를 담당하는 2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곤고부지 측은 같은 달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사죄 말씀 드린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19일 김포공항에서 만취상태로 공항직원을 폭행해 입건된 다케다 고스케 일본후생노동성 임금과장.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캡처
19일 김포공항에서 만취상태로 공항직원을 폭행해 입건된 다케다 고스케 일본후생노동성 임금과장.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캡처

 ④ “한국인이 싫다” 김포공항 ‘만취 난동’ 

일본 후생노동성 관계자들의 혐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후생노동성 다케다 고스케 과장은 지난 19일 만취 상태로 김포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다 불구속 입건됐다. 여행 차 한국에 왔던 그는 일본 하네다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하려다가 직원에게 제지당하자 소란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국인이 싫다”며 폭언을 하고 직원을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다케다 과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이날 오후 석방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일본의 한 매체를 통해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에 취했다며 탑승을 거부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폭행은 하지 않았고, 소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상대에게 사과했다”고 주장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후생노동성은 다케다 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명기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검정을 승인했다고 26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부당한 주장을 담은 교과서”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검정은 전문적·학술적인 심의에 따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이뤄졌다”며 버티고 있다. 일본이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를 터뜨리면서 양국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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