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건보 정당 될 것” 재선 경쟁 시동에
“건보는 민주 승리전략… 선물 준 것” 분석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의 공모 여부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는데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이기는 하지만 이미 첨예하게 갈라진 미국 유권자의 양극화 성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과 ‘특검 효과’를 못 본 트럼프 대통령은 건강보험으로 전선을 옮겨 대선전 2라운드에 돌입했다.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유권자 1,9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특검 결론이 공개되기 전과 차이가 없는 수치다. 호감도는 지지정당에 따라 변화 양상이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 73%와 무정당 지지자 42%를 포함한 유권자 44%는 특검 결론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도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답한 반면, 호감도가 올랐다고 답한 유권자는 공화당 지지자 79% 포함한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심지어 ‘증거가 없다’는 특검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7%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방해하거나 지연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뮬러 특검이 공모 증거를 찾고도 거짓 결론을 내린 것으로 여겼다. 타일러 싱클레어 모닝컨설트 부사장은 “뮬러 특검의 수사 결론에 대해 파문이 일고 있기 때문에, 수사 보고서 요약본 발표가 대통령 호감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특검 족쇄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핵심 의제로 꼽히는 건강보험 이슈를 선점하며 본격적인 재선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화당은 건강보험의 정당이 될 것”이라며 “지켜보라”고 말했다. 전날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이 전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항소심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텍사스주 포트워스 연방법원은 오바마케어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행보가 오히려 민주당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검에 쏠렸던 시선을 다른 이슈, 특히 민주당이 ‘승리전략’으로 자신하는 건강보험 정책으로 돌려놨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즉시 “공화당은 선거유세에서 기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혜택을 빼앗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론 오바마케어 전체를 없애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건강보험료를 낮추고 기존 질병을 가진 이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오바마케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의 오바마케어 폐지 의견은 민주당에 승리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민주당은 (민주당에 불리한) 탄핵 논의를 넘어 건강보험이란 밥상머리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게 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트럼프 정부의 오바마케어 폐지 시도로 건강보험 이슈가 2020 대선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며 “민주당에는 정치적 선물”이라고 평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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