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류 가수들의 고민이 차트와 가요계에 울림을 전해준다.
윤종신, 장범준, 태연, 어반자카파는 26일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월간윤종신X빈폴'의 새로운 뮤직 프로젝트 '이제 서른'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윤종신이 프로듀싱하고 만 30세가 된 1989년생 장범준, 태연, 어반자카파가 가창한 1989년의 명곡들이 '이제 서른' 프로젝트를 통해 4~6월에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 자리에서 윤종신과 후배 가수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생각, 30주년 또는 30세를 지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미스틱스토리의 수장 윤종신, 최근 음원 차트의 정상을 나눠 가진 장범준과 태연은 가요계의 주류 가수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유 있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서른 살에게만 해당되는 고민은 아니었다. 음악성과 대중성의 조율은 대부분의 가수들을 관통하는 쟁점이고, 주류 가수들의 이야기는 차트 전체를 다시 생각해보게끔 만들었다.
음원 차트의 허무함을 언급하며 윤종신은 "오래 준비한 노래가 한 시간 만에 순위로 평가받는 경우"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010년 처음 '월간 윤종신'을 론칭한 계기가 "창작자로서 살아남기 위함"이었고,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윤종신은 "리스너의 취향 찾기"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는 차트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사실 윤종신의 안타까움은 대중성이 아닌 음원 차트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 이는 '1위 가수' 태연과 장범준도 절감하는 대목이었다. 태연은 "가수들의 노력이 빨리 좌절되는 게 안타깝다"고 공감하면서도 "저는 음원 순위에 신경 쓰지 않지만, 스태프 분들과 팬 분들이 좋은 성적을 좋아해주시니까 거기에서 또 한번 혼란스럽다"는 아이러니를 말했다.
그래도 '이제 서른'을 시작하는 신곡 '멋'의 가사처럼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인 만큼 태연, 장범준은 나름의 분명한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 태연은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하면서 제 색깔을 찾아가겠다"고 다짐했고, 장범준은 "대중가수로서 남들이 좋아해주는 음악을 하는 게 목표"라면서도 "고민하는 건 숙명"이라는 가치관을 언급했다.
'이제 서른' 프로젝트의 중요한 콘셉트 중 하나는 1989년에 발매된 곡을 리메이크한다는 점이다. 장범준은 '그대 떠난 뒤', 태연은 '춘천 가는 기차', 어반자카파는 '기분 좋은 날'을 다시 불렀다. 30년 간 오래도록 불려온 이 노래들은 이번 '이제 서른'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 윤종신이 소망한 "긴 호흡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윤종신, 장범준, 태연은 대중 음악을 하면서도 확실한 색깔을 가졌다는 점에서 음원 차트 위 '믿고 듣는' 가수가 됐다. 그럼에도 더 짙은 색깔의 더 오래 불리는 음악을 위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믿고 듣는' 가수들의 고민은 더 많은 후배와 동료 가수들을 위한 책임감이기도 하다. 이들 세 사람의 생각이 가요계에 고민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