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무형문화재 김선식 도예가
“장인정신이 담기지 않은 도자기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경북 문경에서 300여 년 8대째 도공으로 가업을 잇고 있는 김선식(49) 도예가가 1월 경북도 무형문화재 청화백자부문 ‘사기장’으로 지정됐다. 숙부 김정옥(78ㆍ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사촌형 김영식(50ㆍ경북도 무형문화재)씨에 이어 한 가문에서 3명의 무형문화재가 배출된 셈이다. 김 도예가는 다음달 2일 이를 기념한 작품전을 연다.
김 도예가는 “청화백자를 더 잘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이 앞선다”고 소감을 말했다. 순도 높은 백자에 청색의 코발트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투명유약을 입혀 구워내는 그의 청화백자는 은은하고 맑은 가을 하늘 빛을 띠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도예가에 따르면 조선 영조때인 1730년대 초 1대 김취정 선생이 문경에 터를 잡은 후 2대 김광표, 3대 김영수, 4대 김낙집, 5대 김운희, 6대 김교수에 이어 부친인 7대 김복만 선생으로 가업이 전승됐다. 사기장인 김취정 선생은 발물레를 처음으로 제작해 사용했고 3대째 문경읍 관음리에 터를 잡았다. 4대는 조선백자 중 제작연도가 가장 오래된 백자경신명발을 만든 사기장이었고 5대는 왕실 소속 사옹원의 분원 사기장으로 발탁됐으며 7대는 도자기 그림으로 이름을 떨쳤다.
숙부 김정옥씨는 1991년 조선시대 막사발을 재현한 정호다완을 만들어 도예 부문 초대 명장이 된 후 1996년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843년식 가마를 갖고 있는 사촌형 김영식씨는 2017년 경북도 무형문화재 백자 분야의 사기장이 됐다. 김선식씨의 아들 민찬(20)씨도 가업을 잇기 위해 올해 한국전통문화대학에 진학해 도자기를 공부하고 있다.
걸음마 할 때부터 부친의 작업을 지켜본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1989년 여름 첫 휴가를 왔을 때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2002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다”는 그는 이후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는 “선친과는 다른 독특한 빛깔과 모양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골몰했다. 독창적인 청화백자를 만들기 위해 30여 년간 연구와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조들이 쓰던 망댕이가마(반구형 가마를 3개 이상 나란히 연결해 불꽃 변화에 따라 독특한 색깔과 문양을 만들 수 있다)를 쓰고 가마에 불을 지펴 도자기를 굽는 옛 제작 방식을 그대로 지켰다. 한편으로 제작시간 줄이는 방법을 찾아 그 공로로 2005년 ‘대한민국 신지식인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경북도 최고장인으로 선정됐다. 그는 “돈 벌기 위해 도자기를 만들면 철저히 망가진다”며 “열정을 갖고 있으면 나머지 것들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말했다.
다음달 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작품전 ‘삼백년 내공에 삼십년 외길’을 연다. 김 도예가는 “청화백자국화문달항아리와 경명진사매병 등 최고의 작품 15점만 엄선해 선보인다”고 말했다.
문경=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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