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성산 보궐선거 현장르포]
‘노회찬 향수’에 힘 받는 여영국…단일화 효과 높이기에 집중
‘최저임금ㆍ탈원전’ 경제 실정 노리는 강기윤…정부 견제 호소
“자유한국당 심판할라믄 단일화 꼭 해야지예.”
“정권은 뒤집혔는데 지역경제는 더 망가졌습니더.”
4ㆍ3 보궐선거의 박빙 지역으로 떠오른 경남 창원성산은 더불어민주당ㆍ정의당의 후보 단일화로 보혁대결이 펼쳐지면서 선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다. 특히 후보 단일화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지역 유권자의 관심이 쏠렸다. 현재로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는 한국당을 심판하기 위해 후보 단일화는 필요했다”는 찬성론과, 탈원전 정책과 계속되는 조선산업 위기로 정부ㆍ여당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만큼 단일화도 심판 대상이 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성산주민도 ‘보혁대결’에 관심…‘노회찬 향수’ 효과도 변수
경남 창원시 성산구를 찾은 26일은 민주ㆍ정의당 단일후보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선출된 다음 날이었다. 지역주민들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면서 여 후보에게도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들은 “한국당은 절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더해지자 심판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사파동 법원사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이수성(44)씨는 “아직 한국당은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하다. 단일화 때문에 여 후보가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대부분 ‘노회찬 향수’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강기윤 한국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강모(78)씨도 “노회찬이 진보 쪽 사람이지만 잘 한 건 맞다.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후보였던 권민호 전 후보로 단일화가 됐다면,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심판론’ 역시 만만찮은 세를 보였다. 정부 심판론을 강조하는 주민들은 “집권여당 후보와 손 잡은 여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강 후보를 찍겠다는 주민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불만이 극에 달해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림동에 사는 주부 손은숙(48)씨는 “조선업은 언제 좋아질지 모르겠고, 아파트 값도 많이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한울 3ㆍ4호기 문제로 창원에 본사가 있는 두산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강모(60)씨는 “정부가 원전을 중단시켜서 주민들 수천명이 길거리에 내몰리게 생겼다. 지역 분위기가 아주 안 좋다”고 말했다.
◇여영국, 노동자 표심 잡기 vs 강기윤, 뚜벅이 유세로 접촉
후보들도 이 같은 지역여론에 맞춰 선거운동을 펼쳤다. 여 후보는 노회찬 정신 계승과 한국당 퇴출을 내세웠고, 강 후보는 선거 원인 제공을 한 정의당과 여당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 후보는 이날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 등 당 주요 인사들과 주민들을 만났다. 또 효성창원공장 농성장과 민주노총 경남도당을 찾아 노조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여 후보는 “역사와 촛불을 부정하는 한국당을 퇴출하라는 민주개혁세력의 요구로 단일화를 이룬 것”이라며 “노 전 의원도 (단일화를)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나 홀로 뚜벅이 유세를 벌이며 지역주민들과 접촉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보진영을 견제해야 한다는 간절함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민주ㆍ정의당의 단일화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야바위 정치’”라며 “제가 당선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바꾸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환 바른미래당ㆍ손석형 민중당 후보도 단일화를 비난하며 존재감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이 후보는 창원시민이 단일화를 심판해 달라고 독려했고, 손 후보는 자신만이 진보의 가치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