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 앨범 ‘들숲날숨’… 만쥬한봉지 등 참여
실물 앨범을 내는데, CD는 없다. 대신 음원 다운로드 코드를 품은 종이책이 담긴다. 환경을 생각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다 떠오른 아이디어다.
환경 문제를 노래에 담아 심각성을 알리려고 인디 가수들이 뜻을 모았다. 노래를 릴레이로 발표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듬 앨범 ‘들숲날숲’을 발매하자는 기획이다. 2017년 서울환경연합 청년모임 청년잡화의 제안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에 지금까지 인디 가수 열 팀이 참여했다. 청년잡화 멤버 이매진을 시작으로, 좋아서하는밴드와 바버렛츠, 만쥬한봉지까지 동참했다. 최종 목표는 환경 음악 100곡을 만드는 것이다.
가사에는 재치가 넘친다. 만쥬한봉지가 지난 13일 발표한 ‘스톱(Stop)’은 탈원전에 관한 노래지만, 원전과 관련한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못된 남성을 원전에 비유해 반드시 헤어져야 할 사람이라고 노래한다. ‘네 존재를 지울 거야/ 주위를 봐 네가 휩쓸고 간 곳/ 네 존재는 없는 거야/ 묻어지지 않아 네가 만든 이 mess(엉망인 상황)’라는 가사처럼 원전의 폐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여름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오늘의 날씨’도 뿌옇게 변한 하늘을 우리 시대 청춘의 현실에 비유해 공감을 샀다. 조윤환 서울환경연합 시민소통팀장은 “몇몇 곡은 환경과 관련이 있는 곡인가 의아해할 수도 있다”며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으면, 그 안에 담겨있는 환경 문제가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에 좀 더 관심을 두기 마련인 인디 가수들이라지만 환경 문제를 주제로 음악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난 만쥬한봉지의 프로듀싱 담당 최용수는 “친구가 2011년 일본 여행을 갔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져 일주일 간 귀국하지 못했다”며 “원전 반대론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컬 만쥬와 키보디스트 류평강은 “탈원전 문제에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도 편하게 들으면서 자연스레 원전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최용수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주 만에 곡 작업을 끝마쳤다. 멤버 류평강이 낸 의인화 아이디어 덕분에 가사가 금세 써진 것도 한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평소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컸던 덕분이다.
쉬운 가사 속에 담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만쥬한봉지는 원전에 대해 ‘편한 줄만 알았지/ 내 뒤통술 칠 줄야/ 힘들지만 해야 해 넌 Stop’(노래 ‘Stop’ 가사 중)이라고 외친다. 최용수는 “온라인에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은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로 재생할 때 더 듣기 좋다’는 말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며 “원전에 많은 부분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강하게 탈원전을 외치지 않으면 정부와 여론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쥬도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약간의 갈등과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강하게 첫 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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