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5일 대구 달서구청에서는 작지만 흐뭇한 일이 하나 있었다. 시행사인 와이즈마케팅앤컴퍼니그룹이 이태훈 달서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장학금 3,000만원을 기탁한 것이다. 3년간 9,000만원의 장학금 후원도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그때는 이 회사가 달서구에 큰 공사를 하나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이 회사의 위탁시행사인 SSG홀딩스가 달서구 감삼동 죽전네거리 옛 알리앙스예식장 부지에 주상복합인 ‘빌리브 스카이’를 짓는 프로젝트였다. 아파트 전용 84~214㎡ 504세대, 오피스텔 전용 84㎡ 48실이니 꽤나 큰 규모다.
철거업체가 공사에 들어가면서 이 일대에는 소음과 분진에 대한 민원이 거세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반도가 미세먼지 공포에 떨던 시기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이 공사현장 때문에 제기된 민원은 11건이나 됐다. 건설 폐기물이 인근 건물 2층까지 날랐고, 자동차 지붕도 온전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달서구청의 행정조치는 계도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 중구청은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을 둘러싼 20여 건의 민원에 대해 5회 4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고, 남구 재개발아파트 공사현장에서도 6회 1,080만원의 과태료를 받아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다보니 달서구청의 솜방망이가 장학금 효과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장학금 기부를 누가 말리겠냐만은, 100% 순수한 기부를 찾기가 쉽겠냐만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우연이 현실화한 것이다.
지난달 초 철거공사가 끝난 후부터 S건설이 이 현장의 시공을 맡고 있다. S건설은 지난해 8월 SSG홀딩스에 2,9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한 배를 탄 셈이다.
항간에서는 “시공사와 시행사가 민원 무마용으로 장학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이 말이 나오는 배경에는 달서구청의 솜방망이가 한 몫 하고 있다. 장학금은 좋은 일에 사용하고, 민원은 법과 주민 눈높이에 따라 처리하면 뒷말이 나올 리가 없다. 장학금은 장학금이고, 민원은 민원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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