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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다가 정착하세요" 전국 지방은 인구 유치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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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다가 정착하세요" 전국 지방은 인구 유치 총력전

입력
2019.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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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사 ‘공장공장’의 프로젝트 '괜찮아 마을'를 통해 전남 목포 구도심에서 생활하는 청년들. 공장공장 제공
문화기획사 ‘공장공장’의 프로젝트 '괜찮아 마을'를 통해 전남 목포 구도심에서 생활하는 청년들. 공장공장 제공

“일단 지역에 머무르다 나중에 정착하세요.”

위기에 몰린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에서 먼저 살아보기’를 권하며 인구 유치에 힘 쏟고 있다. 일단 먼저 살아보고 타지에서 새로운 삶을 재설계할 시간을 가진 뒤, 이주 결정은 나중에 하라는 취지다. ‘세금으로 관광시키는 꼴’이라는 비판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지방 소멸 시대의 눈물겨운 자구책이다.

‘지방 소멸’은 이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공통된 문제다.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ㆍ군ㆍ구 중 소멸위험 지역이 2013년 75곳(32.9%)에서 지난해 89곳(39%)으로 증가했다. 농어촌 지역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부산 중구, 경북 안동 등 광역대도시나 도청 소재지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청년 인구의 유출을 억제하고 내생적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도시 인프라(하드웨어)’ 중심의 혁신뿐 아니라 교육, 교통, 주거, 문화 등 ‘생활양식(소프트웨어)’의 혁신이 이뤄질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라남도는 외지청년을 유치하기 위해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라는 콘셉트의 ‘청년행복캠프 30days’를 기획해 6월부터 함께할 한 달 살기 참여자들 모집에 들어간다.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외지 청년들에게 30일 동안 원도심의 빈집이나 폐교를 리모델링한 셰어하우스(Sharehouseㆍ공동주거)를 제공한다. 선배 정착인과의 만남과 창업 교육 등도 이뤄진다.

지자체는 장(場)만 만들어줄 뿐, 선정된 민간 청년단체나 협동조합, 도시재생 스타트업 등이 캠프 운영을 도맡는다. 전남도 인구청년정책관실 관계자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면 오히려 활력과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며 “다양한 청년의 관심사와 지역 특색을 반영하도록 지역 기반 단체가 자율적으로 캠프를 운영하게 했다”고 밝혔다.

쇠퇴한 구도심에 매력을 느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머물다 정착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문화기획사 ‘공장공장’의 박명호(32) 대표는 전남 목포시 구도심 중앙동으로 이주해 ‘괜찮아 마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목포에서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만 39세 이하 청년’을 모집해 한 달 반 살이를 하는 프로젝트인데, 행정안전부의 ‘시민 주도 공간 활성화’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예산 6억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결과적으로, 60명 중 27명이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목포에 남았고, 일부는 전주, 영암 등 다른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50여 곳 지자체가 ‘괜찮아 마을’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목포를 찾았다. 박 대표는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인구 정책은 지역의 사람을 끄는 매력이 관건인데 정부 기관은 예산과 시스템은 있지만 사람과 매력이 없다”며 “지자체와 열정 있는 단체들이 협업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경상북도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2022년까지 1,700여억원을 투입해 소멸 위험 전국 1위 의성군에 외지 청년을 유치, 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나선 것. 일자리ㆍ주거ㆍ복지ㆍ문화를 두루 갖춘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을 만들어 10년 뒤까지 청년 2,500명을 이주ㆍ정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선정된 청년 농업인은 딸기 스마트농장(Smart farm)에서 ‘월급 농부’로 일하게 된다. 다만, 정책 주도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성된 마을에 어떻게 자생력을 주입할지는 또 다른 과제다.

구형수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역에서 먼저 살아보기’는 과거 일본에서 지방소멸 대책으로 논의돼 일부 성공했던 정책”이라며 “출산장려금이나 관공서 주최 미팅 등 정책처럼 젊은 세대의 반감을 사지 않게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의미 있는 걸음”이라고 봤다. 다만 “출산을 장려해 자연 증가를 도모하고, 청년과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양적 팽창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줄어드는 인구에 맞게 질적인 변화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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