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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정호식(式) 절세법

입력
2019.03.26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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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 부으며 집값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강수 카드라는 공시가격까지 인상했다. 공시가격을 인상하면 세금이 오르기 때문에 소유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런데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집값이 하락 추세라지만 급등 시기에 오른 것에 비하면 별로 체감이 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은 오를 때는 ‘대폭’이지만 내릴 때는 ‘찔끔’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부터 이달 4일까지 17주 연속 하락했던 기간의 누적 변동률이 마이너스 1.33%였다. 이는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연간 상승률인 8.03%의 6분의 1 수준이다.

□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학자들의 심리적 분석에 눈길이 간다. 미국 부동산 경제학의 거물인 크리스토퍼 메이어 교수는 2001년 11월 ‘손실 회피와 판매자의 행동’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1991년부터 1997년까지 보스턴의 콘도미니엄(공동주택) 6,000채에 대한 자료를 분석, 집값이 비쌀 때 구매한 사람들은 그 아래 값으로 팔려 하지 않는 것을 관찰했다. 누구나 아는 얘기 같지만, 학문적으로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 밑지고 집을 팔지 않겠다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개념에 주목한 때문이다.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해를 보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는 성향이다. 대니얼 카너먼이 에이머스 트버스키와 공동으로 1979년 발표한 ‘프로스펙트 이론’의 주요 개념으로 이후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했다.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과 달리 인간은 ‘합리적ㆍ이성적’이기보다 ‘비합리적ㆍ감성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욕망의 경제학’, 피터 우벨) 주류경제학이 1만원을 주웠을 때와 1만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기쁨과 고통을 같은 크기로 봤다면, 행동경제학에서는 1만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2~2.5배가 된다는 관점이다.

□ 손실 회피 성향은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라는 행태로 이어진다.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 평가해 남에게 선뜻 팔려 하지 않는다. 물론 나라별 특성도 있겠다. 우리는 지금 시중에 2,700조원의 유동자금이 먹잇감을 찾아 떠돌고 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처럼 집값이 내려갈 때 남에게 파느니 미리 자식에게 증여하자는 것이 ‘부자들의 절세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래저래 주요 지역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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