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이 가격 하락에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1년 전보다 9.5% 급감했다. 2년 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무역 이익 지표인 소득교역조건지수 또한 4개월째 내리막을 걸으며 4년 만에 가장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3% 하락했다. 수출물량 감소는 지난해 9월(-4.9%) 이후 5개월 만이다. 품목별로는 석탄 및 석유 제품(-12.0%)과 전기 및 전자 기기(-8.7%)의 물량 감소폭이 컸다. 전자는 정제유 가운데 경유 수출이 중국과 베트남의 공급 증가로 줄어든 점, 후자는 휴대폰 부품이나 LCD 디스플레이의 수출이 부진한 점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1, 2월은 설 연휴가 어느 달에 속하느냐에 따라 수출물량 편차가 커 평균치를 참고하는데, 이 수치 또한 전년보다 마이너스 성장한 걸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역성장하고 있는 수출금액지수는 9.5%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역시 전자 및 전자 기기(-20.0%)와 석탄 및 석유 제품(-13.9%)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는데 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의 단가 하락, 후자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물량은 전년동월 대비 3.0% 늘었지만 단가가 크게 떨어지며 수출금액은 22.5% 급감했다. 지난 1월(-20.8%)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 하락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4.1% 감소하며 15개월 연속 하락했다. 우리가 상품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이는 국민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이 지수에 수출물량지수를 곱해서 산출하는 소득교역조건지수(-7.2%) 또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수출총액으로 수입 가능한 물량의 감소를 뜻하는데, 특히 지난달 지수값(119.33, 2010년=100 기준)은 2015년 2월(116.57)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연말부터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서 한은이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2.7%)를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주열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시장에서 하향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며, (실제로)그전보다는 여건이 나빠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