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헤어디자이너 심재현 대표 “즐겁게 성공하자가 컨셉트”
5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미용실 ‘세븐에비뉴’는 국내 최초의 공유형 미용실이다. 헤어디자이너가 보증금을 내면 개인 화장대가 주어지고 접견실, 탕비실 등 공용 공간과 공용 집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청소, 물품 관리 등 운영 방식은 ‘입주자 회의’를 통해 정한다. 미용실의 ‘법적인 주인’은 20년차 헤어디자이너인 심재현(42) 세븐에비뉴 대표다. 19일 만난 심 대표는 “미용실 컨셉트가 ‘즐겁게 살면서 성공하자’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미용실을 만드는 게 제 목표”라고 말했다.
“매장 하나를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같이 사용하는 개념이지만 미용업 특성상 브랜드 정체성은 있어야하죠. 그래서 디자이너를 ‘가맹주’로 여기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디자이너가 미용실에 수수료를 내고 나머지 수익을 전부 갖습니다.” 모든 결제는 신용카드, 제로페이 등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디자이너가 고객을 직접 관리하고, 마케팅이 필요하면 미용실을 통해 원하는 교육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매달 근무 일정도 디자이너가 직접 짠다. 심 대표는 “이렇게 운영해보니 월요일 다음으로 많은 휴무일이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에 쉬는 게 미용인의 로망이다”고 덧붙였다. 디자이너, 실장, 부원장 등 경력에 따라 직급을 뒀지만 “디자이너 한 명 한 명이 개인 영업장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서열은 없다. 계약 순서대로 개인 화장대 선택권이 주어졌다. 경력보다 인품과 사교성을 보고 원장을 뽑았다. 심 대표는 “원장은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반장 역할을 한다”며 “원장이 3명인데, 이중 부원장보다 경력이 짧은 분도 있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공유형 미용실을 운영한 건 개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가 12년 전 처음 미용실을 연 곳은 경기 부천시. 꼼꼼한 스타일링과 트렌드를 잘 읽는 감각 덕분에 부천 일대 유명 미용실이 됐고 재작년 합정역 인근에 같은 이름의 2호점도 열었다. “내 사람을 데리고 개점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1호점에서 함께 일한 직원 절반을 2호점에 뒀다. “한데 몇 달 만에 이들과 갈라서게 되면서 지금 같은 운영 구조에서 그들도 저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거죠. 매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미용실은 수익 일부를 디자이너와 나누는 방식으로 임금을 책정해요. 헤어 디자이너는 법적으로 프리랜서인데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고, 업무 지시를 받는 사실상 직원인 거죠. 매장은 그렇게 해야 서비스 품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요. 양쪽의 입장이 다른 거죠.”
심 대표는 “주인의식을 갖는 건 진짜 주인이 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합정점 직원을 가맹주로 돌려 1년여 시범 운영을 했다. 공유형 미용실에 대한 필요성을 교육하고, 세부적인 운영 방안, 규율을 만들었다. 손님 없는 한적한 매장을 지킬 필요가 없어진 디자이너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이 결과를 반영해 이달 강남우성사거리점을 열었다.
‘실패하지 않고 자영업을 할 수 있다’는 소문에 11명을 모집한 공고에 50여명이 신청서를 냈다. 심 대표는 “입주 디자이너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품이다. 공유형 미용실이라 이기적이거나 개인적인 입주자가 오면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원자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세 차례 면접을 봤다. 1년마다 입주 갱신이 가능하지만 “최선을 다 하지 않거나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면” 계약이 해지된다. 그는 “매출보다 함께 머무른 공간을 얼마만큼 즐겁게 만드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올 상반기 강남, 서초, 분당 일대에 공유형 미용실 10호점을 낼 계획이다. 직원 10명을 둔 부천점도 5월 공유형 미용실로 탈바꿈한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일 할 때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나 많은가’예요. 공유형 미용실은 헤어 디자이너의 권한을 늘릴 수 있습니다. 전국에 100개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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