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역 뒤편 만리동 광장에서 산림청이 추진하는 ‘내 삶을 바꾸는 숲속의 대한민국, 숲속의 한반도 만들기’ 토크콘서트와 ‘국민과 함께 하는 내 나무 갖기’에 참여해 나무를 나누어 드렸습니다. 날씨는 좀 쌀쌀했지만 모처럼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나무도 받아 가시고, 나무 화분도 만들어보셨습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모여 앉아 과거와 미래의 나무와 숲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한 장날처럼, 아름다운 봄날처럼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전엔 식목일에 학교든 직장이든 어디서든 나무를 심는 행사가 있어 몇 그루씩이라도 심곤 했는데, 식목일이 휴일에서 제외되면서 국민들이 나무 심는 일에 거리가 생겼구나 싶어 내심 섭섭했던 차에 모처럼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먼 길을 찾아오실 만큼, 나무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날 무궁화, 마가목, 수수꽃다리 등 여러 묘목을 나눠드리다 문득 이 나무들은 각각 심는 방법도 심어야 할 장소들도 조금씩 다른데 어디에 어떻게 심어질 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심었던 수많은 나무들은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도 궁금해지더군요. 그 중 몇 곳은 세월이 흘러 이젠 제법 숲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곳도 있는데 함께 심었던 여러 나무 중 제가 직접 심었던 나무는 어떤 그루였는지 찾기 어렵겠다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봄에 내 나무를 하나씩 찾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 심을 나무들은 적어도 나와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아갈 터인데 삶의 의미가 될 나무들을 잘 골라, 좋을 곳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함께 성장하고 가꿈과 위로를 나누며 아름답게 세월을 채워가는 진짜 반려나무를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게 의미가 되는 나무를 제대로 키우면 좋은 나무일 수 있습니다. 우리 도심에서 쌍둥쌍둥 보기 싫게 가지를 잘리우며 미움을 받는 플라타너스도 유럽 도시에서는 한 그루 한 그루 아름답게 가꾸어져 거리의 예술품처럼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많은 분들이 사랑하시는 아름다운 자작나무는 원래 추운 곳에서 자라는 나무여서 도심으로 오면 순백의 수피는 지저분한 회색으로 변하며 기백을 잃고 억지로 살아가는 처지가 되지요. 나라꽃 무궁화도 생울타리로 가지 잘라가며 치우기보다는 한 그루 한 그루 기품있게 가꾸면 피고 지고 또 피어 한 여름 내 감탄과 존중을 받을 수 있을 듯싶습니다.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납니다. 화창하고 아름다운 봄날을 또 언제 미세먼지가 날아 와 회색빛으로 채울지 조마조마합니다. 나부터 불평하고 걱정하는 대신 우리의 대기를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한다 싶습니다. 번거로워도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대중교통 이용하고, 그 무엇보다도 이 봄엔 한 그루라도 마음먹고 시간 내어 내 나무를 성심껏 찾아보고 정성스레 심어 기품있게 키워내는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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