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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문제의 엔터사에 쏟아지는 비난, ‘홍보 담당자는 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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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문제의 엔터사에 쏟아지는 비난, ‘홍보 담당자는 죄 없다!’

입력
2019.03.26 09:09
수정
2019.03.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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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와 정준영, 최종훈(왼쪽부터 차례로)이 ‘버닝썬 게이트’ 연루 및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한국일보DB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왼쪽부터 차례로)이 ‘버닝썬 게이트’ 연루 및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한국일보DB

홍보 담당자들을 비교적 자주 접하는 매체 선후배들마저도 홍보의 주된 업무를 묻는 질문에 ‘잘한 일은 널리 알리고, 못한 일은 최대한 감춘다’ 정도로만 답하곤 한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취재처들의 홍보 담당자들이 그렇게 해 왔으며,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하 엔터사)의 홍보 담당자들일수록 소속 아티스트들의 좋은 점은 터무니없이 부풀리고, 나쁜 점은 무조건 ‘모르쇠’와 ‘아니요’로 일관하는 모습에 너무나 오랫동안 익숙해진 탓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홍보가 진짜 하는 일 혹은 정말로 해야 할 일을 잘 모르는 데서 빚어진 결과다. 홍보에 제대로 몸 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답일텐데, 홍보는 곧 ‘위기 관리’다.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고, 악재가 터졌을 때 솔직하고 신속하게 대처한 뒤 잃어버린 대중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주력하는 행위와 과정이 바로 본연의 홍보인 것이다.

최근 불거진 ‘버닝썬 게이트’ 및 일부 연예인들이 연루된 불법 동영상 유포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몇몇 엔터사들에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소속 연예인들을 거짓 섞인 변명으로 감싸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다 싶으니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의 전속 계약 해지로 대충 마무리하려 한다는 지적과 질책이 집중되고 있는 와중에 그 중에서도 해당 엔터사의 홍보 담당자들을 상대로는 ‘도대체 홍보는 뭐하고 있느냐’는 매체의 뭇매까지 덩달아 가해졌다.

물론 일리 있는 얘기다. 기업의 ‘대외적인 입’이나 다름없는 홍보 담당자들의 공식적인 해명과 입장 정리가 맥을 같이 하고 일관되도 부족할 판에, 묵묵부답으로도 모자라 시시때때로 엇박자를 내고 달라졌으니 욕을 얻어먹어도 당연하다.

이쯤 되면 해당 엔터사들의 홍보 담당자들은 ‘홍보는 곧 위기 관리이며, 위기가 닥치면 솔직한 사과와 발빠른 대처 그리고 구체적인 개선 약속만이 살 길’이란 홍보의 가장 기본조차 모르고 있던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단언컨대 홍보의 최전선에 뛰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그래선 안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악재가 터지기 훨씬 이전부터 사내 최고 경영진에게 위기 관리 매뉴얼에 해당되는 홍보 수칙을 만들어 이에 따라 체계적으로 대처하자는 건의를 수 차례 올렸으나, 무시당하고 반려됐을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엔터사들 가운데 실질적인 최고 경영자가 한때 보도자료까지 손수(?) 작성했고 지금도 뜬금없는 홍보성 트윗까지 날리는 모 엔터사의 일선 홍보 담당자들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기업에 위기는 언제든지 예고없이 들이닥친다. 엔터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모든 게 미숙하기 마련인 청소년 유망주들을 발굴해 대중의 우상으로 혹독하게 조련하고 부모 이상 애지중지 가꿔가는 한국 아이돌 산업의 특성상, 소속 아이돌의 일탈과 탈선으로 인한 위기는 그 어느 엔터사도 완전히 피해가기 어렵다.

진짜 문제는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엔터사의 최고 경영진은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일선 홍보 담당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체계화된 위기 관리 매뉴얼, 즉 제대로 된 홍보 원칙과 시스템을 충실하게 익히고 준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때로는 직접 공식 석상에 나와 솔직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확실한 제도 개선을 약속해야 한다. 언제까지 일만 터지면 자신들은 뒤로 숨고 일선 홍보 담당자들만 ‘총알받이’와 ‘욕받이’로 앞세울텐가!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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