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현재의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집값이 많이 올랐고 풍부한 시중자금이 언제든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후보자는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 주택시장 관리’라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2700조 시중자금, 언제든 집값 흔들 수도”
최 후보자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집값 동향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작년 9ㆍ13 대책 등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시장이 하향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9번의 부동산 대책으로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수요를 차단하며, 부족한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다각도 정책을 통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하락세는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안정세가 아직 확고하진 않다”며 “부동산 급등 시기에 오른 것에 비하면 (하락폭은 그에) 못 미치기에 안정세는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출규제와 세제 강화, 주택 공시가격 상승 발표 등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으로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19주 연속 하락(한국감정원 기준)하고,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14%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며 가격 하락과 매매 절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안정’이라고 보긴 이르다는 의미다.
최 후보자는 “시중 유동자금이 2,700조에 이른다”며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정세가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앞서 지난 18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도 집값 상승 이유에 대해, “2017년 이후 세제ㆍ금융ㆍ주택 제도가 완화된 데다 풍부한 (자금) 유동성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유동자금을 부동산 직접 투자보다 산업ㆍ금융자본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안에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건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이 무주택자가 집을 사야 하는 시기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지만, 무주택자가 여건과 능력이 된다면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부동산 정책기조 계속 유지”
최 후보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현 상태에선 보완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집 걱정이 없어지는 세상은 누구나 바라는 소중한 가치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침체로 거래 부진이 이어지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릴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추후 집값이 더 빠져도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최 후보자는 이날 쪽방촌 거주자 등 주거 소외계층의 주거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현재 쪽방이나 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자가 80만명이고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거주하는 분이 104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 정책의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도 확대할 전망이다. 그는 “품질을 높이고 6.7%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8%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일부 임대주택의 경우 분양전환 물량도 포함돼 현재 계획보다 더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공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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