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농단 사태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혐의와 직접 관련 없는 내용은 빼라는 것이다. 검찰은 자세한 서술이 오히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는 게 부적절하고 생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공소장 일본(一本)주의’ 논란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셈이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장은 혐의 사실 위주로 간단히 적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불필요한 설명, 증거물로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을 재판부에게 심어주는 걸 막기 위함이다.
재판부는 부적절하다 싶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검찰이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설명하면서 고영한 전 대법관의 행위를 자세히 쓴 것이 한 예다. 재판부는 “정작 고 전 대법관은 그 부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며 “기소되지 않은 행위를 이렇게 자세히 기재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공소사실과 그 이후 결과, 영향 등을 계속해서 서술한 것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런 서술은 피고인에게 부정적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게 한다”며 “재판부가 서면으로 정리해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테니 검토해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은 6년간 여러 동기와 배경에 의해, 지휘계통에 따라 다양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며 설명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또 “직권남용은 정당한 직무권한 범위 내 범행이므로, 정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피고인이 뭘 방어해야 하는지 오히려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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