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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논란 의식했나… 카이스트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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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논란 의식했나… 카이스트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불발’

입력
2019.03.25 16:59
수정
2019.03.26 00: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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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안건 재상정 돌연 취소…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 주춤 관측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이사회가 오는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릴 예정인 제262자 정기 이사회에 비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신성철 총장의 직무정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25일 결정했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신 총장과 학교 측은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지난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안건을 상정하기를 원했지만, 이장무 이사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을 포함한 이사진과 상의해 이번 이사회에선 총장 직무정지 안건을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음 이사회 상정 여부도 아직 미정이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의 역풍으로 정부의 전 정권 관련 인사 몰아 붙이기가 주춤한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학계에서는 불과 3개월 만에 정부와 카이스트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열린 261차 이사회에서 과기부를 비롯한 정부측 이사들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신 총장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총장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3개월 동안 검찰에선 신 총장의 혐의에 대해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이번 이사회에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안건이 상정되면 과기부로선 의혹 제기와 검찰 고발 등에 대해 너무 서둘렀다는 비판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신 총장과 카이스트 측은 학교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는 만큼 안건을 상정해 빨리 해결하길 바라는 입장이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과기부의 난처한 입장을 반영해 안건 상정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61차 카이스트 이사회에 참석한 신성철 총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61차 카이스트 이사회에 참석한 신성철 총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지난 이사회 때는 신 총장 직무정지 안건을 놓고 이사진이 3시간 넘게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신 총장을 제외한 이사 10명 중 정부측 당연직 이사 이외에 나머지 이사들은 대부분 신 총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정지는 문제가 있다며 안건 보류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과기부는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총장 재임 시절 한국연구재단,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각각 다른 내용의 연구협약을 맺고 연구비 약 22억원을 LBNL에 있는 제자의 인건비로 쓰이도록 빼돌린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하고, 카이스트 이사회에 총장 직무 정지를 요구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장비에 신 총장이 일부러 사용료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 총장 측은 LBNL에 송금한 것은 연구시설을 독자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였다며 일체의 의혹을 부인해왔다. 과학계에서는 해외 공동연구 절차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과기부가 섣불리 의혹을 제기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정식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전 신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2017년 3월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한 신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문이고, 영남대 이사로 일한 적 있다.

이날 카이스트 이사회의 신 총장 직무정지 안건 미상정 결정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사장이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며 “총장 거취 문제가 빨리 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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