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입장 유보… 한국당 “정략적 이용 안돼” 공세
“국민 여러분 막아주십시오. 김해신공항은 잘못된 정치적 결정입니다.”
부산시가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사업) 건설 반대와 함께 정부에 제대로 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앞서 지난 주 대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통합공항 이전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고, 김해신공항 강행을 줄곧 주장하던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마저 한발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이자 모종의 정치적 협약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본격적인 TK지역 민심달래기라는 분석마저 나오면서 주요 국책사업이 정치적 논리로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는 25일자 주요 신문에 ‘김해신공항은 잘못된 정치적 결정입니다’라는 제하의 정책광고를 내고 이 문제를 본격 이슈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론전의 포인트는 대도시 도심 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악조건이다. 부산시는 이날 ‘김해공항 확장사업의 위험한 진실’이란 제목의 자료집을 통해 “김해신공항은 안전, 소음, 확장성 등 동남권 관문공항 최소 요건 중 어느 것 하나 충족하지 못하는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무엇보다 지난 신공항 결정이 ‘정치적 판단’이라며 과정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있다. 2016년 6월 파리공항공단(ADPi)의 입지결정 용역결과 발표 당시 책임기술자가 “신규공항 후보지가 선정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했다”고 직접 언급한 것은 파리공항공단 측이 되레 ‘정치적 고려’를 인정한 것이란 지적이다.
김해신공항은 ‘관문공항’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인천공항과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세계적 국제공항의 탄생을 말하는 것으로 영남권을 넘어 범국가적 사업이며, 부산ㆍ울산ㆍ경남 광역 단체장이 이미 연합 TF를 구성,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는 만큼 부산만의 아젠다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측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취임 후 두 번째로 대구를 방문해 대구통합공항 이전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약속한 것은 결국 김해신공항 이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앞서 김해신공항 건설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기존 입장을 유보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는 2016년 6월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 발표 당시 국토부 2차관을 지냈다.
최 후보자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김해 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규모 국책사업이 결정된 이후에도 지역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부ㆍ울ㆍ경 차원의 자체 검증결과를 받아보고 검토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총리실에서 공사 중지를 지시한다면 “따르겠다”고 답했다.
국토부는 현재까지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신공항 확장을 진두지휘했던 최 후보자가 총리실의 검증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부산시가 원하는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부산시도 김해신공항 건설 반대 문제가 대안(입지)문제로 바로 연결돼 과거의 대결구도로 회귀하는 상황을 우려, ‘가덕도’라는 단어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대구 경북도 가덕도신공항 정치쟁점화는 어불성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없는 만큼 크게 대응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상 대구시 통합신공항추진본부장은 “대구와 경북이 현실성도 없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논리에 대응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 통합신공항을 추진하는 일이 급하다”며 “최종 이전지가 선정되면 기본계획과 민간사업자 선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당 부산시당은 “오거돈 시장과 민주당이 2020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신공항 문제를 ‘선거용 미끼상품’으로 활용해 시민을 농락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최 후보 지명 철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소속 국회의원 21명도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 확장’과 ‘대구 통합신공항’으로 확정됐으며,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지연된다면 국론분열 수준의 지역 갈등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부산시는 이달 중 발표되는 부ㆍ울ㆍ경 검증단의 최종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정리, 국무총리실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예정이다. 또 수도권 및 대구ㆍ경북과의 갈등이 없도록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한편 국가정책을 바꾸는 사안인 만큼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부산=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대구=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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