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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일본판 밀레니엄 버그? 금융권, 일왕 퇴위 앞두고 초긴장

입력
2019.03.25 16:50
수정
2019.03.25 19: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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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아키히토 일왕이 황궁에서 열린 의식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키히토 일왕이 황궁에서 열린 의식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4월30일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와 5월1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기념한 열흘간의 연휴를 앞두고 일본 전역이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식 달력에 일왕의 연호를 쓰는 바람에 왕위 교체에 맞춰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교정하지 않을 경우 시스템 오류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금융권은 전산시스템 수정뿐만 아니라 전산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필요한 현금 수요 급증 및 환율 변동 상황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금융 당국이 4월27일부터 5월7일까지 이어질 연휴를 한 달 남겨두고 은행들에 치밀한 대응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컴퓨터로 금융 전산화가 이뤄진 이래 처음으로 연호가 바뀌면서 금융 전산망에서 오류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연호는 일왕의 통치기를 구분하는 명칭이다.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하는 5월1일을 기점으로 1989년부터 이어져 온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연호가 시작된다. 2019년은 헤이세이 31년이자 새로운 연호의 1년에 해당하는 셈이다.

FT에 따르면 일본 금융권은 연호가 바뀌면서 과거 ‘밀레니엄 버그’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전역의 금융 전산망에 입력된 헤이세이 연호를 바꾸기 위해 대규모 프로그래밍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Y2K’로도 잘 알려진 밀레니엄 버그는 1999년 12월 31일에서 2000년 1월 1일로 넘어가면서 날짜를 인식하는 컴퓨터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산업, 경제 등의 분야가 마비될 것이란 우려를 낳았던 사건이다. 새로운 연호가 4월1일이나 되어서야 발표되기 때문에 대비 기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일본 금융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다. 2011년 대만에서도 기존 ‘민국’ 연호가 두 자리에서 세 자리로 바뀌면서 금융권에서 대비에 착수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시중 은행들에 현금 재고를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큰 액수의 현금을 미리 찾는 등 은행 업무를 보려는 사람들로 은행이 장사진을 이루리란 예상에서다. 연휴 동안 관공서와 은행 사업장은 문을 닫고 타 은행으로의 인터넷 계좌 이체도 불가능해진다. FT는 일본 금융 당국 관계자가 “현금지급기(ATM)는 정상 작동할 거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란 걸 고객들이 아는 게 중요하다”라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열흘 간의 ‘강제 휴일’ 동안 갑자기 발생할지 모르는 환율 변동도 걱정거리다. 외환전략가인 고토 유지로는 FT에 “최근 엔화 약세를 감안할 때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플래시 크래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초에도 일본 증시가 새해 연휴로 문을 닫은 사이 미국 애플 주가 급락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일본의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즈호은행은 연휴 내내 런던과 뉴욕 지사를 통해 해외 주식 시장을 관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해외 시장에서 침체가 발생해 고객들이 주식 매도를 원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일부 주식 중개업자들은 “열흘간의 휴가 중 이틀은 문을 열어 해외 주식의 매도 주문만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FT는 보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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