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조선업계가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국내 조선사들도 굳게 닫았던 취업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수주잔량 1위 기업이자, 국내 조선사 ‘맏형’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신입사원 모집을 마쳤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월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했고, 현대중공업은 이달 18일까지 대졸 이상 연구직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던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는 경력직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지난 19일까지 설계기술직과 생산공정관리직, 경영지원직(재무)에서 대졸 신입사원 입사지원서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오는 31일까지 건축ㆍ토목 부문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STX중공업은 선재사업과 경영개선 부문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한데 이어, 영업과 설계파트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상반기 신입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으나, 업황 개선 전망이 본격화하면서 인력 채용에 나섰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6년 이후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지만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신입사원 모집에 나선 것”이라며 “이번 공채 규모는 수십 명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도 4년 만인 지난해 하반기 공채를 재개한 이후 올해 상반기 또 다시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했다.
불황의 터널 속에서 굳게 닫혔던 조선사의 취업 문이 다시 열린 건 업황 회복 기대감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20.3% 증가한 3,44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늘어나고, 2023년엔 4,740만CGT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1월 이후 꾸준히 줄었던 조선업 고용도 지난해 9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그룹(132억 달러→159억 달러), 삼성중공업(63억 달러→78억 달러) 등 국내 조선사들도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높게 잡았다.
제조업 살리기에 나선 정부가 조선 업황 회복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제조업 활력을 살리는 게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선박 수주 회복이 고용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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