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채무면책 2심 결정 파기
8000여명 재심리 혼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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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회생법 개정 이전 개인회생 신청자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변제기간을 줄여줘선 안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로써 하급심에서 변제기간 단축결정을 받은 기존 개인회생 신청자 수천명이 다시 심리를 받아야 하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모씨의 채무를 면책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법리 오해가 있어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서울회생법원으로 돌려 보냈다고 25일 밝혔다. 2014년 5월 서울회생법원에서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고 5년에 걸쳐 채무 변제를 하던 이씨는 2017년 채무자회생법 개정에 따라 3년만 채무를 변제하면 면책을 받을 수 있게 되자 변제 기간을 5년에서 47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의 변제계획 변경안을 법원에서 인가받았다. 하지만 A사가 인가 결정이 위법하다고 항고했고 2심에서는 “인가 결정에 위법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법 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 개정 자체를 중요한 사정 변경으로 보아 기존 신청자들의 변제기간을 일괄 단축한 서울회생법원 판단에 법리오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써 변제기간 단축에 적극 나섰던 서울회생법원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해 1월 업무지침을 만들어 8,000여명의 기존 개인회생 신청자 변제기간을 일괄 단축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채권자가 항고한 5,000여건이 모두 뒤집히면서 업무 부담이 집중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전체판사회의 결의를 통해 업무지침을 폐기할 예정이다. “종전과 같이 변제기간만 단축하는 변경안을 제출하는 경우 인가결정을 받기 어려우므로 신청을 신중히 결정해달라”면서 “변제기간 단축을 기대하고 계시던 채무자분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 동안 사법부가 통일된 기준 없이 지역별, 심급별로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개인회생 신청자들만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회생은 일정 기간 매월 정해진 금액을 갚으면 채무를 면책해주는 제도인데, 중도 포기자가 많아 국회는 2017년 11월 변제기간을 단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기존 신청자의 기간 단축을 놓고 서울회생법원은 허용, 대구ㆍ대전지법은 조건부 허용, 기타 지방법원은 허용하지 않는 등 다른 입장을 취해 ‘지역 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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