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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68세 할머니도 6일간 배워 작품… 누구나 쉽게 디오라마 즐길 수 있어”

입력
2019.03.27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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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오라마 전문 프로모델러 안정훈씨 

디오라마 전문 프로모델러 안정훈씨가 부산 사하구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디오라마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권경훈 기자
디오라마 전문 프로모델러 안정훈씨가 부산 사하구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디오라마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권경훈 기자

“디오라마는 보통 사람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창작 예술 분야입니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작업실에서 만난 안정훈(41)씨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재현해 만드는 디오라마 전문 프로모델러다. 디오라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제작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안씨는 “자신의 손주에게 디오라마를 선물하기 위해 배우러 온 68세 할머니도 계셨다”면서 “그림도 한번 그려보지 못한 그분은 하루 4시간씩 6일을 배워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한 장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디오라마를 배우는 분들 중에는 아들과 함께 집에서 만들려고 온 아빠에서부터 자신의 디오라마 가게를 차리기 위해 온 사람까지 아주 다양하다고 했다. 그는 “디오라마라고 하면 흔히들 음지에 있고, 부정적 의미의 오타쿠(한가지 일에 몰입하는 사람)를 연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다양한 부류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이자 예술 분야”라고 말했다.

‘모노노케히메(원령공주)’, ‘천공의성 라퓨타’ 등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디오라마 작품으로 국내 모형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그도 처음에는 디오라마를 소박한 취미로 시작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안씨는 “입시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진학과 관련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여기서 벗어 나려고 5년 전 처음 시작했다가 지금에 이르렀다”면서 “제 작품을 수집하는 한 정신과의사도 디오라마가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안씨는 1년 만에 자신이 만든 디오라마가 집 안에 가득 차 지인들에게 선물로 그냥 나눠줬다. 한 지인이 ‘인터넷에 올려보라’고 건넨 말에 인터넷에 올렸더니 주문이 밀려왔다. 본격적인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된 사연이다. 그는 “디오라마를 찾는 사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생각했던 것 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돼 디오라마의 활성화가 필요하겠다는 일종의 소명 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안씨가 부산의 작업실 외에도 서울, 경기, 경북 등 전국을 돌면서 디오라마를 가르치는 이유다.

68세 할머니가 하루 4시간씩 6일 동안 배워 제작한 디오라마.
68세 할머니가 하루 4시간씩 6일 동안 배워 제작한 디오라마.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안씨는 “가르치는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피규어를 제외한 모든 재료비를 포함해 대개 시간당 2만원 정도 잡으면 된다”면서 “한번에 3시간씩 세 번 정도 작업하면 1개의 작품을 만들 수 있고, 2,3개의 작품을 만들어 보면 집에서 혼자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디오라마는 자신이 원하는 피규어를 구입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자신만의 배경을 만들어 결합시키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안씨는 “기성품을 재조립하거나 새롭게 색칠해서 상상력 등을 반영한 배경과 합쳐 새로운 구성의 창작 과정을 거치면 ‘나만의 것’이 된다”면서 “단순한 장난감 차원을 넘어서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디오라마를 비롯한 피규어 시장이 대단히 활성화돼 있다”면서 “디오라마와 피규어가 예술품이나 골동품처럼 팔리는데 구입하는 사람 중에는 골수 마니아가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일반들이 많다”고 했다. 또 “중국인들이 금을 사서 모으듯이 일본에서 디오라마나 피규어를 투자의 개념으로 싹쓸이하기도 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디오라마와 피규어가 전시된 곳을 찾는다”면서 “그 중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씨는 “우리 나라에서도 디오라마나 피규어 작품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면 관련 창작 활동도 더욱 활발해지고, 관광 상품화 등에 활용해 경제적 파급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2,3번 정도 수강생들과 함께 작품 전시회를 연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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