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정권의 연장이냐, 민주주의로의 복귀냐의 문제로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태국 총선이 ‘승자 없는 게임’으로 끝났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인 제1야당이 최다 득표를 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군부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태국 특유의 의석배분 시스템 때문에 과반 의석 점유에 실패했다. 총 750석 가운데 250석이 군부에 자동할당 되는 비민주적 제도 덕분에 군 출신인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의 재집권이 확실시 되지만, 선거를 통해 확보한 의석이 전체의 5분의1도 미치지 못하는 바람에 발생한 정당성 문제 등으로 향후 태국 정국에서 상당한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태국 선거 여론조사 기관인 슈퍼볼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 지지세력인 푸어타이당이 163석으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주요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이 예상됐지만, 2011년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해 총리를 배출했던 것이 비하면 낮은 성적이다.
2위는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가 이끌고 있는 팔랑쁘라차랏당으로 모두 96석을 확보할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전통 보수당인 민주당은 77석, 신생 청년당인 퓨처포워드당은 4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팔랑쁘라차랏당은 현 총리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지만 전체 의석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를 얻었고, 전통 보수 민주당은 정통 2당 자리를 군부정당에 내줬다. 큰 기대를 모았던 퓨처포워드당은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에서도 푸어타이당이 슈퍼볼 예측치 보다 10석 많은 173석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지만, 전체 500석 중 과반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퓨처포워드당 등 이념 성향이 비슷한 이른바 민주세력들과 연대를 하더라도 총리 선출에 참여하는 상ㆍ하원 750명의 과반인 376표를 얻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군부 정권 연장은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팔랑쁘라차랏당이 96석을 최종 확보할 경우 30석만 추가로 확보하면 현 총리의 임기는 자동 연장된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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