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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참회하는 마음으로 ‘악질경찰’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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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참회하는 마음으로 ‘악질경찰’ 찍었죠”

입력
2019.03.24 18:00
수정
2019.03.24 20:4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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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다뤄 제작에 난항을 겪었다. 2017년 여름 촬영을 마치고 개봉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이선균은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졌는지 알기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자체가 뭉클하다”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다뤄 제작에 난항을 겪었다. 2017년 여름 촬영을 마치고 개봉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이선균은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졌는지 알기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자체가 뭉클하다”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어느 촬영장보다 진지하고 치열했어요. 영화 두 편을 찍은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진심을 다했습니다.”

배우 이선균(44)은 영화 ‘악질경찰’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번 ‘진심’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시나리오에서 ‘진심’을 느꼈기에 주저 없이 선택했고, 감독과 제작자의 ‘진심’을 알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영화에 다가갔다고 했다.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을 수 있지만 그는 ‘진심’을 믿고 따랐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등장시킨 첫 상업 영화다. 비리와 범죄를 일삼는 부패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대형 폭발 사고의 배후에 있는 음모에 휘말린 뒤 거대 악을 처단하러 나서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가 중요하게 언급된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파헤치지는 않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품은 영화”라고 말했다.

‘악질경찰’은 ‘아저씨’(2010)와 ‘웃는 남자’(2014)를 만든 이정범 감독이 2015년 경기 안산 단원고를 방문한 뒤에 쓴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다는 이유로 제작에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작비 마련부터 배우 캐스팅까지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위력을 발휘하던 지난 정부 때였다. 이선균은 “제작 당시엔 민감한 소재였지만 영화 출연이 내게는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다”고 했다. 가슴 한 켠에 웅크리고 있던 죄의식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세월호 참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이정범 감독이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저 또한 참회하는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부패 경찰을 연기한 이선균의 비열한 얼굴이 신선하다.
부패 경찰을 연기한 이선균의 비열한 얼굴이 신선하다.

극중 조필호는 폭발 사고의 증거를 쥔 고등학생 미나(전소니)를 뒤쫓다가 미나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 추악한 세상을 향한 미나의 분노는 조필호를 각성하게 한다. “조필호는 무늬만 경찰이지, 속된 말로 양아치나 다름없어요. 눈도 마주치기 싫을 만큼 질 나쁜 인물로 보였으면 했어요. 그렇기에 조필호를 방어해 주기 위한 당위성을 가질 필요도 없었어요. 그런 인물조차 변하게 만드는 계기가 중요한 거니까요. 몸 고생은 힘들지 않았는데 진심을 잘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힘들었어요.”

미나 역을 맡은 신예 전소니와의 연기 호흡이 매우 좋다. 상대 배우가 돋보이도록 탄탄하게 받쳐주고 맞춰주는 ‘배려 연기’는 이선균의 특장점이다. 이선균은 “촬영 현장이 아직 낯설 테니 편안하게 해주려 한 것밖에 없다”며 “전소니는 신인답지 않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소니와 촬영하면서 이선균은 2000년대 초반 자신의 신인 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예전엔 긴장을 무척 많이 했어요. 떨려서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저 자신을 원망하곤 했죠. 데뷔하고 1년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딱 한 번만이라도 스스로 만족하는 연기를 하고서 연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죠.”

이선균은 거친 액션 장면도 실감나게 소화했다. 그는 “많이 맞아 봐서 특히 맞는 연기를 잘한다”면서 껄껄 웃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선균은 거친 액션 장면도 실감나게 소화했다. 그는 “많이 맞아 봐서 특히 맞는 연기를 잘한다”면서 껄껄 웃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MBC 시트콤 ‘연인들’(2001)로 데뷔한 이선균은 여러 단막극에 출연하며 실력을 다졌고, 2007년 MBC 드라마 ‘하얀 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인기를 끌면서 정상급 배우로 올라섰다. MBC ‘파스타’(2010)와 ‘골든타임’(2012) tvN ‘나의 아저씨’(2018) 등 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명작들이 그의 연기로 빚어졌다. 스크린에서도 그는 다채롭게 변신했다. ‘파주’(2009)와 ‘옥희의 영화’(2010)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같은 독립ㆍ저예산 영화부터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과 범죄 액션물 ‘끝까지 간다’(2014), 100억대 대작 ‘PMC: 더 벙커’(2018)까지 여러 장르를 아울렀다.

‘악질경찰’ 이후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으로 관객을 만난다. 이달 말에는 ‘불한당’(2017)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 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촬영을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JTBC 드라마 ‘검사내전’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이선균은 자신의 출연작 목록이 ‘앨범’ 같다고 했다. “저는 작품으로 한 해를 기억하고 간직해요. 앨범을 보면서 추억을 되새기듯이 말이죠. ‘커피 프린스 1호점’을 생각하면 2007년 여름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떠올라요. ‘나의 아저씨’로는 2018년을 회상하게 되겠죠. ‘악질경찰’로 시작한 올해 ‘앨범’도 좋은 작품들로 채워 가고 싶어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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