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치우고 자국 화장품 홍보… 제재 장기화 대비 자력갱생 강조
북한 매체들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관련 소식을 사흘째 전하지 않고 있다. 남한의 대미 공조에 대해서는 연일 비난 공세를 펴면서다. ‘대북제재 틀을 지키겠다’는 원칙에 따라 남북 교류ㆍ협력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온 정부에 대한 북측의 불만이 터진 것이란 해석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ㆍ노동신문 등 대내외용 매체들은 24일 북측이 연락사무소를 일방 철수했다는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았다. 이런 침묵은 지난해 9월 14일 연락사무소 개소 당시 짤막하게나마 관련 소식을 보도했던 것과 대조된다.
북측은 21일 오전 남북 연락대표간 접촉을 통해 연락사무소 철수 의사를 전달하면서도 ‘상부의 지시에 따라서’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사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도 북측이 연락사무소 철수를 결정한 배경을 언급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신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한미 간 대북 전략 공조를 강조하는 남한 태도에 연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남북 교류ㆍ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신중한 태도를 취해온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하노이 회담 결렬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맞으며 연락사무소 전격 철수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우리민족끼리’는 논평을 통해 “한심한 것은 미국과 공조하여 평화체제 구축과 북남협력을 꿈꾸는 남조선(남한)당국의 태도”라며 “남조선이 미국과 공조해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주간지 통일신보도 “남조선 당국자들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떠드는 것도 미국의 승인과 지시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기 처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주제넘은 처사”라고 비난했다.
대북제재 장기화 국면에 대비하듯, 내부 매체를 통해서는 ‘제품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21일 수입 브랜드 ‘샤넬’의 화장품을 화장대에서 치우고 자국 화장품 브랜드 ‘은하수’가 출시한 제품을 놓는 장면을 연출한 보도를 내보내며, 제품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자력갱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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