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윗선 개입 의혹 등 청와대 연루와 관련된 본격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영장심사를 하루 앞둔 24일 청와대는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25일 영장실질심사의 쟁점은 김 전 장관의 행위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검찰은 지난해 2월 환경부 산하기관의 임원들의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전 장관이 일괄 사표제출이나 표적감사 등의 압박을 통해 임원 교체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또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후임자 공모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에게 면접 자료를 선별 제공하는 등 친정부 인사의 특혜성 채용에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한층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산하기관 임원 교체가 환경부와 청와대의 사전 조율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청와대 관계자들의 부당한 개입 여부를 캐는 데 집중해 왔다. 이와 관련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를 담당했던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2명을 이미 불러 조사한 검찰은 윗선에 대한 수사만 남겨놓고 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다면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김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된다면 청와대 윗선을 포함한 수사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박근혜 정부 당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교하며 수사결과를 전망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딸과 관련된 민원을 거부했다는 등의 이유로 노태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을 좌천시키고 사직을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1,2심은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게 의사에 반해 사직을 강요했고, 사직하지 않을 경우 부당한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느끼게 했다”면서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법원은 노 전 국장이 좌천되기 전 공직감찰을 받았던 점 등을 들어 사표 제출 요구가 협박에 해당한다고도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사표 제출을 거부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한 표적감사가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되는 이유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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