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당시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7년 만에 국가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김인택)는 심 의원 및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1억4,5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해 불법 구금되고 유죄판결을 받은 심 의원과 그 가족들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심 의원이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에 의해 영장 없이 강제로 연행돼 구금됐다”면서 “구타, 불리한 진술 강요 등의 가혹 행위를 당했고 변호인의 조력이나 가족의 접견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심 의원에게 1억5,000만원, 돌아가신 부모에게 각 3,000만원, 형제자매들에게 각 700만원의 위자료를 책정했다. 심 의원이 미리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약 9,700만원)을 공제하면 국가가 지급할 배상금은 1억4,500여 만원이다.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은 1971년 중앙정보부가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심 의원과 이신범 전 의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사법연수생이던 고 조영래 변호사 등 5명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용공 조작사건이다.
중앙정보부는 이들이 사제폭탄을 이용해 주요 관서를 습격하는 등 폭력적인 정부 전복을 계획했다며 김근태 전 고문을 수배하고 나머지 4명을 구속했다. 내란음모 및 폭발물사용음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심 의원에게는 다음해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고, 2심 및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심 의원은 보석으로 석방되기까지 325일간 구금됐다.
지난해 4월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형두)는 심 의원과 이 전 의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법원이 인권수호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큰 고통을 당한 피고인들에게 사법부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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