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중 성폭행 혐의 남성에 9년형 선고
승무원 20% “기내 성폭력 보고받은 적 있다”
야간 비행 중 잠자고 있는 옆 승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 남성이 지난해 말 9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한 여성의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비행 중 혼자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트위터 글이 올라왔다. 지난 주에는 미국 제트블루사의 승무원 두 명이 조종사들을 고소하고 나섰다. 일시 체류 중에 약물을 먹이고 강간했다는 주장이다.
비좁고 붐비는 공간인 민간 항공기 내에서 성범죄는 발생할 수 없을 것처럼 여겨지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6일 경계령을 내렸다. 기내 성범죄와 그에 대한 대처법을 보도하며 이용객들의 주의도 촉구했다.
◇”기내 성범죄, 현실보다 과소평가돼”
다른 강력범죄와 달리 성범죄는 신고되는 비율이 높지 않다. 항공기 안에서의 성범죄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미 연방수사국(FBI)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도 해마다 편차가 크다. FBI 시에틀 사무소의 아인 디트리히윌리엄스 대변인은 2014년 FBI에 접수된 기내 성폭력은 38건이었는데 2017년 63건으로 증가했으나, 2018년에는 다시 39건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항공승무원협회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승무원 중 20%는 비행 중 승객 간 성폭력에 대한 보고를 받지만, 사법당국이 개입한 빈도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신체적 접촉이나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인물들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만 모든 항공사가 IATA 회원이 아니라는 제한이 따른다. 상당수 저가 항공사들은 IATA 회원사가 아니다. 회원사라고 해도 꼭 정보를 제출해야 할 의무는 없다. 기내 성범죄가 과소평가된다는 지적이 여기서도 나오는 것이다.
◇규제당국도 기내 성범죄 대책 마련 착수
항공기 내부에서 성폭력이 활개치는 이유는 버스나 지하철, 거리 같은 공공장소에서 피해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미국 항공승무원노조(AFA)를 중심으로 피해자들을 대신해 기내 성범죄 문제에 본격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새러 넬슨 AFA 위원장은 “알래스카ㆍ유나이티드ㆍ스피리트 항공 등에 기내 성폭력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회사에 불관용 정책의 채택을 촉구토록 압박 중”이라고 말했다.
미 항공당국도 하늘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에 적극 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방항공청(FAA) 재승인 관련 조항을 수정하면서 민간 항공사에 성범죄 관련 태스크포스 설립을 의무조항에 포함시켰다. 기내 성범죄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공적 영역에 흡수하겠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기내 성범죄, 방법을 알면 막을 수 있다
FBI는 “성범죄자는 피해자를 테스트하기 위해 우선 신체를 스쳐 보고, 그 이후 반응을 관찰한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를 막으려면 애초 단호한 인상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좌석 팔걸이를 확실히 내려놓아 이웃 좌석과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분쟁커뮤니케이션 강사인 카미 야드매크래켄은 이어폰을 착용하는 것도 원치 않는 대화를 거부한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조언했다. 또 ‘거슬리는 사람들’에게는 지체 없이 경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 다리를 건드리는 것을 그만해줄 수 있냐”고 이야기한 뒤, 계속된다면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승무원을 부르겠다”고 말하는 것도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로리 밀러는 “좀 더 강한 목소리로 주변의 시선을 끌어야 하며, ‘변태’와 같은 공격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자기 보호를 위한 ‘마법의 단어’”라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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