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혁 전 서기관, 문학박사 학위
“지역 선조들의 업적을 번역해 세상에 내놓는 일에 힘쓰겠습니다.” 광주시에서 40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2016년 서기관으로 퇴직한 이병혁(65)씨는 한문 고전번역 과정 박사학위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이씨는 지난달 2018학년도 전남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학위 논문은 ‘역주 남파집(南坡集)’이다. 남파집은 이씨의 인천 이씨 5대조 남파 이희석(1804~1889) 선생의 문집으로 8책 3권으로 구성됐다. 남파가 세상을 뜬 뒤 9년이 지난 1898년에 그의 손자인 이선원에 의해 목활자본으로 간행됐다. 이씨는 이중 일부를 번역해 논문으로 제출했다.
남파 선생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호남 성리학의 거두 노사 기정진으로부터 학문을 익혀 노사학단의 주요 인물로 활동한 조선 후기 학자다. 장성과 장흥을 중심으로 후학을 양성하며 금강산 기행문인 ‘원유록’ 등 많은 시문을 남겼다.
이씨는 이번 논문에서 그 동안 묻혀 있던 남파의 행적과 그가 남긴 다양한 글들을 정리하고 번역했다. 특히 2015년 취득한 석사학위 논문에서도 7대조인 지지재 이상계 선생의 유고문집인 ‘지지재유고’를 번역했고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는 석사와 박사 논문을 통해 드물게 ‘시문 번역’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친 대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이 유학자의 길을 걸었던 탓에 집안 자제들을 위한 글방에서 일곱 살 때부터 글자를 익혔고 학교 교육을 받기 전 명심보감까지 독파했다.
이씨는 “선조들이 남긴 훌륭한 글들이 번역되지 않아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논문을 통해 그분들의 글을 번역해 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생각을 놓지 않았던 게 오늘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연구공간을 마련해 학문 동료들과 함께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전번역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고전의 현대화 작업과 독자적인 한문 고전번역의 틀을 만드는 데에도 힘을 쏟아 낙후한 호남학 진흥에 일조하고 후학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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