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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상징물? 이젠 2500개 벌집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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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상징물? 이젠 2500개 벌집 계단!

입력
2019.03.24 16:13
수정
2019.03.24 18:5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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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 지은 공공 구조물 베슬, 독특한 외관에 화제

지난 15일 개장한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대형 공공 구조물인 ‘베슬’. 초고층 빌딩 사이에 들어선 베슬은 2500개의 계단과 80개의 계단참으로 연결돼 ‘벌집’을 연상시킨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5일 개장한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대형 공공 구조물인 ‘베슬’. 초고층 빌딩 사이에 들어선 베슬은 2500개의 계단과 80개의 계단참으로 연결돼 ‘벌집’을 연상시킨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최근 15층짜리 구조물 ‘베슬(Vessel∙그릇 또는 혈관, 물관)’이 등장했다. 우묵한 빗살무늬 토기 형태인 베슬은 2,500개의 계단과 80여개의 계단참이 연결돼 있는 구조다. 그 모습이 벌집을 닮아 ‘벌집’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관람객들은 벌집을 거닐듯, 동산을 산책하듯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양한 각도와 높이, 위치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베슬이 화제가 된 것은 독특한 외관뿐 아니라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뉴욕에 들어선 대형 공공 구조물이어서다. 베슬은 미국 최대 민간 부동산 업체인 릴레이티드가 낙후한 뉴욕 허드슨 강변 일대 11만㎡(3만3,275평)를 재개발하는 ‘허드슨 야드’ 사업의 일부다.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250억달러(약 28조4,000억원)다. 베슬 건축엔 2억달러(약 2,273억원)가 투입됐다. 베슬 인근에는 16개의 초고층 빌딩이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솟아오르며, 현재 빌딩 10개가 완공됐다. 스티븐 로스 릴레이티드 회장은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이 있다면, 뉴욕의 상징은 베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슬은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무료 입장이다.

베슬의 내부는 인도에서 물을 긷기 위해 나선형 계단으로 내려가는 계단식 우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계단 도중에 마련된 80개의 계단참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베슬의 내부는 인도에서 물을 긷기 위해 나선형 계단으로 내려가는 계단식 우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계단 도중에 마련된 80개의 계단참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베슬을 설계한 건축가는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선보여 ‘영국의 다빈치’라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49)이다. 민들레처럼 씨앗을 매단 아크릴 막대 6만 6,000개를 촘촘히 건물에 심어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204개 참가국을 상징하는 꽃잎 모양의 성화봉으로 장식한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성화대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베슬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과거 대표작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왼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와 팽이를 닮은 스펀 의자. 토머스 헤더윅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베슬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과거 대표작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왼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와 팽이를 닮은 스펀 의자. 토머스 헤더윅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헤더윅은 베슬을 설계하면서 인도의 계단식 우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베슬은 빌딩도 아니고 예술 작품도 아니다”면서 “굳이 정의하자면 (일상에서 쓰는) 가구와 같으며, 사용자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화하고 쓰임새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과거 공공 프로젝트들이 실패한 이유를 두고 “대형 예술품을 광장에 의무적으로 전시하는 데에만 익숙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이 15일 자신이 설계한 미국 뉴욕 맨해튼 베슬 앞에 서 있다. 그는 “베슬의 설계를 맡은 것은 공공 구조물이었기 때문”이라며 “나는 단지 수만 명의 사람들이 베슬을 오르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베슬은 15일 개장 이후 일주일만에 수만 명이 다녀갔다. 뉴욕=AP 연합뉴스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이 15일 자신이 설계한 미국 뉴욕 맨해튼 베슬 앞에 서 있다. 그는 “베슬의 설계를 맡은 것은 공공 구조물이었기 때문”이라며 “나는 단지 수만 명의 사람들이 베슬을 오르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베슬은 15일 개장 이후 일주일만에 수만 명이 다녀갔다. 뉴욕=AP 연합뉴스

베슬은 공공 건축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국내 건축계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현창용 공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24일 통화에서 “땅값으로만 환산되지 않는 가치를 베슬이 보여줬다”면서 “무료로 개방되는 공공 공간이 사람들을 모아 베슬 일대의 가치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했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평지인 뉴욕에 인공적으로 수직적인 구조물을 만들어 도시인의 오르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시도”라며 “그런 공공적 요소가 도시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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