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에 앞서 방영 중인 대하드라마 ‘이다텐-올림픽이야기’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림픽을 1년이나 앞두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기획됐으나 시청률이 부진한 데다 출연자의 마약 사건 등이 터지면서다.
NHK의 58번째 대하드라마인 ‘이다텐’은 방영 전부터 화제였다. NHK 대하드라마는 그간 전국시대와 에도(江戸)시대 말기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엔 33년 만에 현대사의 인물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일본이 처음으로 올림픽 선수단을 보낸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당시 마라톤 경기에 출전한 가나구리 시조(金栗四三)와 1964년 도쿄올림픽 유치주역 다바타 마사지(田畑正治)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이를 두고 NHK가 내년 도쿄올림픽을 경제성장의 기폭제로 삼으려는 현 정부의 방침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NHK 대하드라마는 일본 국민들의 역사의식과 사회 분위기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난해 방영된 ‘세고돈’은 메이지(明治) 유신 150주년을 맞아 ‘메이지 유신 3걸’ 중 한명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郷隆盛)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이 문명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8월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며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를 선언한 장소가 세고돈의 주요 배경인 가고시마(鹿児島)였던 점도 이러한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13년 내보낸 ‘야에의 벚꽃’은 현 후쿠시마(福島)현인 아이즈(会津)번 출신 종군간호사이자 여성교육자인 니지마 야에(新島八重)를 그렸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침체된 후쿠시마현의 자존심을 세우고 부흥을 위해서였다.
일본도 최근 TV 시청환경 변화로 드라마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 그러나 올림픽에 앞서 이다텐이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예상 외라는 반응이 많다. 1월 6일 첫 회는 15.5%로 출발했으나 6주째 9.9%로 떨어지더니 11주째(3월 17일) 8.7%를 기록, 6주째 한 자릿수 대에 머물고 있다. 주인공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물인 데다 극의 배경이 메이지와 쇼와(昭和)시대를 오가면서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벌써부터 최근 10년간 대하드라마 중 평균시청률이 가장 낮았던 2015년 ‘꽃타오르다’의 성적(12.0%)을 갈아치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악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출연진 중 한명인 배우 겸 가수 피에르 타키가 코카인 흡입 등 마약단속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가 맡은 역은 주인공의 마라톤용 버선을 제작하는 장인으로서 중요한 배역이었다. NHK는 지난 17일부터 그의 출연 분량을 삭제하고 다른 배우를 기용해 재촬영에 나섰다. 여기에 프랑스 사법당국으로부터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뇌물을 뿌린 의혹을 받고 있는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이 19일 오는 6월 말 임기만료와 함께 퇴임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올림픽 개최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준비와 홍보 과정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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