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갈등에 한국행 주저하는 일본인들
754만명 대 295만명,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과 한국을 찾은 일본인 숫자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 격차는 더욱 크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정체된 반면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일본인은 한일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한국인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은 양국 간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거나 정체를 보였다. 증가 추세에 있던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급감했다. 2012년 352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한국 방문 일본인은 2013년 275만명으로 77만명이나 줄었고, 2015년에는 184만명까지로 떨어졌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2004~2008년에도 220~240만명 사이에서 정체되기도 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위안부 망언으로 반일 감정이 지속되는 상황이었고, 일본의 계속되는 도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독도의 영유권을 명확히 한 특별담화를 발표(2006년)하던 때였다. 한국여행에 대한 일본인의 부정적인 인식은 한국관광공사가 조사 발표한 ‘2018년 주요 20개국의 한국 관광 인지도 및 선호도’에도 나타났다. 관광 목적지로서 한국의 경쟁력에 대한 일본인의 평가는 2017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특히 관광 목적지로서 한국의 매력을 나타내는 선호도(38.9%→28.3%)는 10.6%포인트 떨어져 조사 대상 20개국 중 꼴찌였다.
일본인이 한국행을 머뭇거릴 때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2006년 22.1%, 2007년 22.8% 늘었다. 2006년 방일 한국인은 211만 7,000여명으로 사상 처음 200만명을 넘었다. 한국인은 대체로 ‘여행과 양국 관계는 별개’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오키나와에 다녀온 의사 정문용(43)씨는 “미국과 관계가 안 좋으면 미국 제품 안 쓸 거냐”고 반문하며, 한일 갈등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씨는 문화, 음식, 기후가 익숙하다는 점을 일본 여행의 장점으로 꼽았다. 지난달 삿포로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대학원생 연 모(25)씨도 “6년 전부터 매년 일본 여행을 했지만 현지에서 위협을 느끼거나 감정을 상한 일은 없었다”며 “앞으로도 양국 갈등 때문에 일본 여행을 주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국 여행객 수요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환율이다. 환율 안정세를 발판으로 올 1~2월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25.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비자 발급 정지까지 언급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아소 다로 부총리 발언 이후 현지에서 분위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특히 단체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수학여행과 기업 인센티브 등 단체여행 수요가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양국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일본에서는 ‘한국에 가면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원형진 모두투어 홍보팀장도 한ㆍ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다면 양국 모두 단체 여행객을 중심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