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반(反)북한 단체가 이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단체가 얻은 정보가 미국 정보당국에 매우 가치있는 ‘보물’일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북미 간 핵 협상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천리마민방위’에서 이름을 바꾼 ‘자유조선’ 조직원들이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했으며, 이후 자신들이 확보한 정보를 FBI 측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조선은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단체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협상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이번 정보 교류가 이뤄졌고, 이 단체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대체할 임시정부를 자처하고 있어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더 복잡하게 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했다. 또 현재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담당하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특별대표가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했던 만큼 미국이 협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분석했다.
민주조선이 미국 당국과 접촉한 이유와 관련,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자유조선은 자금 공급이나 물류 네트워크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며 “스페인에서 훔친 것을 가지고 미국 정부에 접근한 것은 아마도 단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유조선은 지난 17일 언론매체들에게 단체 구성원의 신원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해 북한 당국의 위협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앞서 스페인 현지언론은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들이 FBI와 관련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WP는 사건의 배후에 자유조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는데, 아직까지 자유조선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지난 20일 북한 영내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김일성ㆍ김정일의 초상화를 훼손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를 두고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뒤 해당 영상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스페인 현지언론의 FBI 관련성 보도도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FBI 대변인은 자유조선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해줄 수 없다”면서 “FBI는 스페인 법집행기관과의 강한 협력관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재 스페인대사관 관계자는 스페인 당국이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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