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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경찰, 선거국면에 ‘아니면 말고’식 수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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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경찰, 선거국면에 ‘아니면 말고’식 수사” 비판

입력
2019.03.22 19:36
수정
2019.03.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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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 김기현 측 무혐의 결정서 60쪽 작심비판

한국당, 황운하 청장 파면요구ㆍ특검법 발의키로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측근비리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작년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은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의 측근비리 수사를 진행했으나, 최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측근비리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작년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은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의 측근비리 수사를 진행했으나, 최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연합뉴스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를 벌인 울산경찰청의 수사행태를 작심 비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경 갈등을 넘어 정치적으로도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을 겨냥한 경찰 수사를 두고 “증거 부족으로 무죄 선고가 뻔한데 기소 의견을 고집했다”는 게 검찰 결론이다. 지방선거 참패로 휘청하던 자유한국당은 “기획수사임이 드러났다”며 수사 책임자인 황운하 대전경찰청장(당시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특검법 발의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검찰이 경찰 수사의 문제를 따진 대목은 김 전 시장의 측근인 비서실장 박모씨 등 3명에 대한 울산지검의 불기소(무혐의) 결정서 곳곳에서 나온다. 불기소 결정문 치고는 매우 이례적인 95쪽 분량인데, 결정문의 3분의2인 60여쪽을 경찰의 무리한 수사 및 검찰의 지휘를 무시한 행태를 문제 삼는 데 할애했다.

22일 박씨 등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경찰은 김 전 시장이 사실상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자로 확정된 지난해 3월 13일 박씨와 울산시 도시창조국장, D레미콘 업체 대표 김모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며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15일 법원의 영장 발부가 떨어지자 다음날 박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으며, 이는 언론에 보도됐다. 검찰은 “직권남용이라 판단할 수 있는 조례 등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경찰이 구체적 피의사실을 언론에 그대로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당시 6ㆍ13 지방선거를 앞뒀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찰의 ‘정치적 수사’ 가능성을 의심했다. ‘지방선거 5개월 전 수사 착수, 3개월 전 압수수색, 40일 전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1개월 전 피의자 기소 의견 송치’ 순으로 나눠 경찰 수사 과정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경찰이 무리수를 둔 지점도 상세히 언급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29일 신청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4월 2일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됐음에도 별다른 보완수사 없이 5월 3일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서에 넣은 이들의 혐의는 직권남용과 뇌물 두 가지였다. 박씨 등이 울산의 한 아파트건설에서 지역업체인 D레미콘업체가 선정되도록 시공사에 압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D업체 대표로부터 골프 접대를 수 차례 받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박씨 측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 소재 업체를 우선 지정하도록 돼있는 시 조례에 근거해 시공사에 권유했을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D업체를 콕 집어 선정하라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반론을 제압할 박씨 등의 위법성 인식과 고의성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필요했지만 충족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봤다. 골프 접대 역시 법정에서 인정될 수준으로 증거가 모이지 않았다. 심지어 김 전 시장 측이 골프 비용을 치른 반대 증거만 한 차례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그 해 5월 17일, 7월 17일, 9월 5일 세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 지휘를 해달라고 맞섰다. 그 사이 김 전 시장은 6ㆍ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에게 패배했다. 검찰은 결국 10월 30일 ‘혐의없음 의견’ 송치를 지휘했다. 5개월 이상 보강수사 지휘기간에도 기소될만한 증거가 수집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울산경찰청은 검찰 지휘를 무시하고 12월 3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울산지검은 최근 3명 모두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울산경찰청을 두고 “’아니면 말고’식의 신중하지 못한 무책임한 송치” “잘못된 법리 적용 고집”이란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비판했다. “무죄 선고가 날 게 뻔한 데 ‘괜찮다’고 기소하겠다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한국당은 전날 울산지검을 찾아 황운하 청장에 대해 자당이 지난해 3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항의 방문을 한 데 이어 특검법 발의에도 나섰다. 황 청장의 파면도 요구하는 등 연일 대응 수위를 올리고 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년 선거 생각하면 황 청장에 대해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경찰이 선거에 다 (개입)하는 일이 앞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청장은 이에 대해 “고소ㆍ고발 등에 따른 정상적 수사였으며, 선거 때라 중립을 지키려 노력했다”며 “특검을 환영하며 과연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정당한지 밝히자”고 반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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