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에코세대(1991~96년생) 39만명 유입이 예상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재난 수준의 위기가 올 것이다.”(지난해 4월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해 70만명씩 태어난 이른바 ‘에코붐세대’가 구직연령(25~29세)을 맞아 취업시장에 대거 진입하면 청년실업이 더 악화될 거란 정부의 우려가 최근 무색해지고 있다. 이들 에코붐세대가 속한 20대 후반(25~29세)의 고용 지표가 오히려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 지원정책이 일부 효과를 내고, 보건ㆍ복지나 정보통신 등 민간 분야에서 청년이 갈만한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3개월 연속 고용률 상승
24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에코붐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작년 1월~올해 2월 에코붐세대가 속한 20대 후반 인구는 1년 전보다 월평균 9만4,000명 증가했다.
당초 정부는 고학력인 이들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ㆍ공공기관을 준비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20대 후반 전체 인구에서 △원서를 내지만 취업을 못하거나(실업자) △구직활동 없이 어학점수 등 스펙 쌓기에 전념하는(취업준비생 등) 사람이 늘어나며,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중)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실제 지표는 180도 다르다. 이 기간 20대 후반 취업자는 11만1,000명 증가한 반면, 실업자(-6,000명) 비경제활동인구(-1만명ㆍ취준생과 구직단념자 등이 포함)는 줄었다. 그 결과, 고용률은 지난달 제외하고 작년 1월~올해 1월 13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고용률(70.2%)은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물론 취업자 중 상당수가 편의점 알바 등을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고용이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김영훈 기재부 정책기획과장은 “(계약 1년 이상) 상용직 위주로 취업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예상 못한 고용회복, 왜?
20대 후반 고용이 회복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이들이 많이 취업하는 업종은 크게 보건ㆍ복지(병원ㆍ의료기관 등) 정보통신(IT스타트업ㆍ게임사ㆍ통신사 등) 분야다. 보건ㆍ복지 일자리는 작년 4월부터 11개월 연속 10만명대 이상 늘어났고, 정보통신도 작년 1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세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20대 후반이 얻은 보건ㆍ복지 일자리는 노인 일자리처럼 재정으로 만든 게 아닌 민간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동통신사들이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추진하는 점도 정보통신 일자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산불 감시요원 등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공급한 단기 일자리(5만9,000개) 효과를 거론하나, 이 경우 작년 1~10월 양호한 고용지표를 설명할 수가 없다.
정책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4월 청년 일자리 추경(3조9,000억원)에는 △중기에 취업한 청년이 3년간 60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2,400만원을 보태 3,000만원으로 불려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중기 취업 시 5년간 소득세 면제 등의 대책이 담겼다. 이후 작년 한해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청년은 약 10만8,500명으로, 목표치(11만명)를 달성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특정 연령대에 혜택을 주는 정책들이 일부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 연구위원은 이 같은 고용 회복세에 대해 “판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후반이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아 30대 초반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면 바람직한 그림이 아니다”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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