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ㆍ수감중)씨 부모살해 사건에 가담했다가 중국으로 도주한 공범 3명 중 1명이 “우리가 (살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피의자 김모(34)씨가 경찰에 “공범들이 살해를 주도했다”라고 진술, 이들에게 범행을 떠민 것에 대해 반박하는 모양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 공범 중국 동포 A(33) 씨는 최근 “우리는 하지 않았다. 억울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위챗)을 통해 국내 지인에게 보냈다.
A씨 등은 사건 당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그는 이어 “경호 일을 하는 줄 알고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해 황급히 중국으로 돌아왔다”는 취지의 말도 함께 보냈다. 이런 메시지는 자신을 향한 살인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진술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 등의 주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파악했다.
이와 달리 김씨는 앞서 “공범들이 살해를 주도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A씨 등을 고용하는 등 범행 계획을 세운 사실은 일부 시인했다.
김씨는 이어 “A씨를 비롯한 공범들이 이 씨의 아버지를 둔기로 내려치고 이 씨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고 살해 경위를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경위 조사를 위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한 공범들을 검거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김씨가 체포되기 직전까지 흥신소나 밀항 브로커와 접촉해 밀항 계획을 짠 정황도 파악했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범행 이후 체포될 때까지 약 3주간 밀항 준비에 1억원 가량을 썼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돈이 김 씨가 이씨 부모로부터 강탈한 5억원 중 일부인 것으로 보고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다.
앞서 김 씨는 A씨 등 3명을 고용해 지난달 25일 오후 안양시 이 씨 부모의 아파트에서 이 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하고,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강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또 두 사람의 시신을 유기하고, 범행 이튿날 이삿짐센터를 통해 이 씨 아버지의 시신이 든 냉장고를 평택의 창고로 옮긴 혐의도 받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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