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재난의 여파는 죄 없는 자들을 가장 세게 덮친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속출한 데에 이어 사이클론 ‘이다이’가 아프리카 동남지역을 덮치며 모잠비크, 짐바브웨, 말라위의 물난리 속에 사망자 수가 백 단위로 갱신되고 있다. 재난은 모두에게 시련이지만 순박하고 연약한 아이들은 더 아프게 앓고 있다.
짐바브웨의 정확한 피해 상황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모잠비크와 말라위에서만 150만명이 사이클론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말라위에서 460,000명, 모잠비크에서 260,000명이 아동이다.
이 수치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극적이지만 3개국 모두 아동 건강 수준이 절망적이기에 사태는 더 심각하다. 기초적인 의료지원과 먹을 식량조차 부족한 경우가 태반인 3국의 아동들은 평소에도 죽음의 위협에 시달린다. 짐바브웨 아동 기대수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고 말라위에선 매년 10명 중 1명의 아동이 사망한다. 모잠비크의 영아사망률은 무려 142%다. 매년 태어나는 아이의 수보다 죽는 영아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사이클론에 영향을 받은 지역들이 모두 물로 덮였다는 점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 지역 아동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표적인 질병인 말라리아의 감염원인 모기는 물이 많은 환경에서 활발히 번식한다. 말라리아의 확산과 동시에 더러운 물 자체가 감염원인 콜레라 역시 창궐할 것임은 ‘물 보듯’ 뻔하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사이클론 피해 3개국의 아동지원을 위해 2,000만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레일라 파칼라 유엔아동기금 동남아프리카 지부장은 “홍수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아동의 삶이 이미 송두리째 뒤집혔는데 사이클론까지 덮치며 수많은 가족에게 시련을 안겼다”라고 말했다. 건장한 성인도 휩쓸어가는 바람과 물살을 아이들이 헤쳐나가려 오늘도, 내일도 몸부림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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