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 불구 채권시장은 비관적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청바지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 ‘리바이 스트라우스(리바이스)’의 하르미트 싱 최고재무책임자(CFO)가 34년 만의 재상장을 기념하며 종을 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3년을 이어온 통화긴축 정책의 종료를 전격 선언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결정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연준이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양면의 불안 조짐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옹호론 한편으로, 작년 말 주가 급변동에 과잉반응하며 통화정책 입지를 스스로 좁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시장 반응도 대조적이어서 주식시장은 급반등한 반면 채권시장은 비관적 경기전망의 징표인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준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20일(현지시간) 발표에 대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완화적 결정”이라는 평가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FOMC는 성명서, 점도표(17인 위원의 적정금리 전망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기자회견 등을 통해 △올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연 2.25~2.50%)으로 동결하고 △연준 보유자산 매각을 오는 9월 말 종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은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시중에 공급한 막대한 달러 유동성을 거둬들이고자 2015년 말부터 시행해온 양대 긴축 정책을 사실상 접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연준의 결정 배경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경기 전반을 위축시킨 작년 4분기와 유사한 상황 방지 △미중 무역협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긴축정책 비난과 같은 정치 공세 차단을 꼽았다.

연준의 이번 결정을 옹호하는 측은 경기 하방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단지 금융투자 심리 악화를 막을 요량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란 것이다. 존 아서 블룸버그 선임 에디터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실시간 성장률 예측 지표(GDPNow)와 뉴욕 연은의 경기침체 확률 지표가 최근 크게 악화된 점을 근거로 “연준의 결정은 금융 불안 완화책이라기보단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경보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평가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미국 경제는 연준이 성장률 전망치(2.3→2.1%)를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2%대 성장의 양호한 흐름이 예상되고 금융시장 또한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며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 연준이 통화긴축 기조를 접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피터 부크바르 블리클리파이낸셜그룹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연말 증시 급락을 두고 ‘우리가 모르는 악재를 시장은 알고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연준이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려 경기둔화 대응 여력을 확보해야 할 시기에 성급하게 ‘무장해제’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미국 기준금리는 연준이 금융위기 조짐에 맞서 금리인하 정책을 펴기 직전의 수준(연 5.25%)에 비해 3%포인트가량 낮다.

정작 연준이 ‘긴축 카드’를 버리며 정성을 들인 금융시장에서도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FOMC 회의 당일에는 주춤했던 뉴욕증시는 21일 통화완화 정책이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되살릴 거란 기대로 3대 지수인 다우(+0.84%), S&P(+1.09%), 나스닥(+1.42%)이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미국 국채 시장에선 10년 만기 장기물 금리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며 21일 오후 현재 3개월 만기 단기물과의 금리 격차가 0.05%포인트 수준까지 줄었다. 국채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시장에서 향후 경기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강화될 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 금리차가 0.1%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7년 9월 이후 11년 반 만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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