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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 ‘1박 2일’ 존폐 위기”…예능 출연자 검증,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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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 ‘1박 2일’ 존폐 위기”…예능 출연자 검증, 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2019.03.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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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이 각종 위기 속 폐지설에 휩싸였다. KBS 제공
‘1박 2일’이 각종 위기 속 폐지설에 휩싸였다. KBS 제공

‘1박 2일’이 그야 말로 ‘바람 앞 촛불’ 신세로 전락했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던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이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 및 유포한 혐의를 받으면서 시작된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졌다.

당초 정준영의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제작진은 “이미 정준영이 촬영을 마친 2회분에 대해 최대한 분량을 편집해 방송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준영 사태가 충격적 범죄 행태와 더불어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까지 맞물리며 거대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고, ‘1박 2일’ 측은 결국 프로그램의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제작진은 방송을 강행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게 된 데 대해 “KBS는 매주 일요일 저녁 ‘1박 2일’을 기다리시는 시청자를 고려하여 기존 2회 분량 촬영 분에서 가수 정준영이 등장하는 부분을 완전 삭제해 편집한 후 방송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전면적인 프로그램 정비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정준영, 차태현, 김준호가 차례로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JDB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부터) 정준영, 차태현, 김준호가 차례로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JDB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작진이 제작 중단의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사안의 엄중함’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 지난 2016년 정준영이 여자친구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당한 뒤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약 4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던 발판이 ‘1박 2일’이었던 것이다. 이후 약 3년 만에 밝혀진 정준영의 충격적인 성범죄 실태에 시청자들은 ‘1박 2일’을 향해 당시 철저한 검증 없이 정준영을 방송에 복귀시켜,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제작진 역시 이 같은 반응을 의식한 듯 제작 중단 발표 당시 KBS는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특히 가수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1박 2일’의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작 중단을 선언한 지 하루 뒤인 16일 또 다른 고정 멤버인 김준호와 차태현이 때 아닌 ‘내기 골프’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들의 내기 골프 의혹은 정준영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을 수사하던 중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통해 포착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뜨거운 감자’였던 정준영과 ‘1박 2일’이라는 이슈와 맞물려 김준호, 차태현의 논란은 이틀 내내 거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두 사람은 하루 뒤인 17일 공식 입장을 통해 “해외에서 골프를 친 사실은 없었으며, 내기 골프를 했던 금액 역시 재미를 위해 게임 도중 주고받았을 뿐 현장에서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준호와 차태현은 “저희끼리 재미삼아 했던 행동이지만 공인으로서 부끄럽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현재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제작 중단을 선언했던 덕분(?)에 두 사람의 하차가 당분간 향후 촬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지만, ‘폐지’가 아닌 ‘제작 중단’을 선언한 제작진의 입장으로선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부 여론은 “‘1박 2일’의 폐지”를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으니 더욱 난감할 노릇이다.

현재 ‘1박 2일’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꼽는 폐지 이유는 ‘1박 2일’이 정준영의 복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로 인해 정준영이 3년 전 성범죄를 저지른 이후에도 방송 활동을 이어오며 죄책감 없이 또 다른 범죄들을 이어왔다는 점 등이다.

아직까지 KBS 측은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KBS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정리된 입장이 없는 상태다”라며 “다각도로 신중하게 접근하며 논의 중인 상황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폐지 및 존속 등을 두고 제작진들이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의 시각은 어떨까. 한 방송 제작 관계자는 본지에 “사실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봤을 때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없어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연예인 출연자들의 경우 제작진에게 사생활을 100% 다 오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만약 출연자가 어떤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경우 결국 제작진이 그들의 사생활이나 인성의 결함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해도 한계가 있고, 외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나 그들의 말을 믿고 출연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1박 2일’ 역시 3년 전 당시 (표면적으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정준영의 판결 결과와 본인의 주장을 믿고 복귀를 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 역시 “일단 당시에는 혐의 기준에서 복귀 여부를 선택해야 했을 텐데,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법적인 판결은 무혐의였기 때문에 제작진의 입장에선 입증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 연예인의 일터를 빼앗는 건 가혹하다고 여겨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정준영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프로그램에 무리하게 복귀 시킨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이지만, 3년 전 정준영을 복귀시켰다는 이유만으로 ‘1박 2일’의 폐지까지 거론되며 지탄 받을 것 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덧붙였다.

관계자들의 말처럼, ‘정준영을 복귀시켰다’는 이유만으로 ‘1박 2일’ 제작진에게 공동 책임의 무게를 지우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정준영을 가장 먼저 복귀의 길로 인도했다는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순 없으나 지금에서야 모든 범죄 행각과 3년 전의 뻔뻔한 거짓말이 드러난 상황에서 당시 제작진이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준영을 복귀시켰다는 이유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맞는가는, 글쎄. 누구의 의견이 맞다고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다양한 예능 속 수많은 출연자들의 위기관리가 과연 모두 제작진의 ‘공동 책임’으로 돌아가야 하는 문제일까.

KBS와 '1박 2일'이 공익성의 책임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KBS 제공
KBS와 '1박 2일'이 공익성의 책임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KBS 제공

다만 해당 관계자들 역시 공익성을 띈 KBS의 채널적 특수성, ‘1박 2일’의 지속 명분 상실 등에는 공감을 표했다. ‘정준영의 복귀’나 ‘김준호-차태현의 논란’이 이유가 되는 것은 무리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두고 봤을 때 ‘1박 2일’의 폐지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이는 현재 ‘1박 2일’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공익성을 띄고 있는 채널인 KBS에서 이 같은 범죄와 논란에 연루된 멤버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KBS가 지상파라는 채널적 특수성이 있고, 공익성과 떼놓을 수가 없다. 거기다 ‘1박 2일’이 일요일 주요 시간대의 방송 프로그램이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여러 영향을 미친다고 봤을 때 사회적으로 지탄 받은 사람들이 계속 속할 명분이 있겠냐는 생각”이라며 “프로그램의 오락적인 기능 보다는 명분적인 이유에 있어서 유지하기 힘든 부분이 크지 않나 싶다. 오락적으로 진행하는 부분보다도 가족시간대에 공익성을 답보로 한 프로그램의 위치적인 특수성을 볼 때 프로그램의 주요 출연자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연루가 돼 있다면 프로그램의 의미가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판을 새로 짜는 것이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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