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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미래를 결정할 권리

입력
2019.03.22 18:00
수정
2019.03.22 18: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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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소녀가 불 댕긴 기후변화 시위

각국 청소년 호응으로 전 세계로 확산

미래문제 결정권 젊은 세대 가져야 마땅

지난 15일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기후변화에 항의하는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미래를 위한 전세계 기후 파업’의 주인공은 10대들이었다. 지구온난화 대책 수립을 촉구하며 결성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글로벌 청소년 연대가 주도한 시위에는 국내에서도 ‘3ㆍ15 청소년 기후행동’ 소속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기후 악당 국가’ 탈출을 내세웠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3년 전 영국 시민단체가 선정한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다. 독일 환경단체가 이산화탄소 주요 배출국을 대상으로 매기는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올해 점수가 대상 60개국 중 뒤에서 네 번째이니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이 청소년 시위 규모가 그다지 크지도, 그리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서유럽과 미국, 호주에서는 금요일마다 시위 물결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달 15일 영국에서는 런던을 비롯한 60여개 도시에서 청소년들이 모여 “더 이상 어른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며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벨기에 환경부 장관은 이 시위의 배후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임까지 했다. 미국에서도, 호주에서도 금요일마다 “학교 수업보다 중요한 일”이라며 청소년들이 모이고 있다.

희한하게도 세계 어디나 똑 같은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라는 어른들의 충고를 뒤로 하고 이 청소년들을 거리로 이끈 사람이 있다.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다. 그는 스웨덴 총선을 보름 남짓 앞두고 지난해 8월부터 매일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벌였다. 총선이 끝난 뒤에도 금요일마다 시위를 이어가자 이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각국 청소년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레타의 지난해 테드(TED) 연설 중 이런 대목이 있다. “2078년에 나는 75세가 됩니다. 내 아이들과 손자들이 왜 지금 행동하지 않았느냐고 나를 몰아세울지도 모릅니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각국 대표들을 향해 “당신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아이들의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계속 훔쳐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심각한 사회 현안 중 일부는 미래세대가 당당히 그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원전의 경우, 세대를 불문하고 우선 위험으로 느끼는 것은 사고 가능성이지만 핵 폐기물을 그냥 땅속 깊이 묻을 수밖에 없는 문제 역시 그만 못하지 않다. 당분간은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다음, 그 다음, 그 다음 다음 세대가 어떤 부담을 떠안게 될지 짐작조차 어렵다.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인류세(人類世)’를 유행시킨 게 벌써 20년 전이다. 인류세의 치명적인 특징은 인간 활동의 결과로 다른 생물의 멸종이 급격히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레타가 테드 연설에서 말했듯 정상이라고 보는 멸종 속도의 1,000~1만배 속도로 ‘최대 200종의 생물이 매일 멸종’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4반세기 동안 지구상 동물 개체수의 약 30%가 줄었다며 공룡 멸종 이후 여섯 번째로 인간이 불러온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이미 경고했다. 살아 있는 동안 지난 여름이 너무 더웠다거나 어제 미세먼지가 불편했던 기억밖에 갖지 못할 현세대에게는 머나먼 다른 행성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선거제 개혁이 초미의 관심이다. 표심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반대는 불합리한 선거 제도에 기대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파렴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와 더불어 이번 선거제 개혁안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선거권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기로 한 대목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긴 했지만 이 법이 통과돼 50만명 안팎의 청소년들이 그들의 미래가 걸린 사회문제에 당당히 발언권을 갖고, 정당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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