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지방정부 일자리정책 박람회 개막]
유기농 농수산물은 일반 농수산물보다 수십 배까지 비싸지만, 정작 이를 생산한 농어민은 만성적인 저소득에 시달린다. 최종 소비자까지 가는 동안 최대 60개 정도 유통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농가에서 소비자와 직거래를 원하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서툰 마케팅 실력과 부족한 자본력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100% 신뢰를 받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렇다면 절대 위ㆍ변조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 있고, 이를 통해 생산부터 인증, 유통 과정을 모두 기록해 보여준다면 어떨까?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어 직거래가 늘 테고, 농가는 소득이 늘고 소비자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진짜’ 유기농 제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21일 제2회 지방정부 일자리 정책박람회에서 만난 김성규 지오블루랩 부대표는 이 같은 ‘상상’을 현실로 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 ‘GOB’를 소개했다. 그는 “블록체인계의 ‘네이버’라고 보면 된다”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 활용하는 곳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GOB만 있으면 아이디어 하나로도 블록체인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참농부 영농조합이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를 직접 판매하기 위해 GOB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선택했다. 소비자들은 QR코드를 단순히 찍기만 해도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 기록된 농산물 재배 이력부터 출하과정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김 부대표는 “블록체인의 핵심 개념 중 하나가 탈중앙화를 뜻하는 ‘P2P(개인과 개인의 연결)’인데, 농수산물 직거래야말로 블록체인을 이용했을 때 가장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면서 “단순한 국내 직거래를 떠나 해외로 뻗어나가기에도 이력 증명이 100% 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이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농수산물만이 아니다. 교육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GOB의 보안성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부대표는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면 각자의 디바이스로 시험 문제를 전송하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시험지 유출 사고가 절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참여자의 활동 흔적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미술품 거래 시장에서도 GOB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경매를 통해 판매되는 미술품의 경우 출처나 소재, 소유권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지만, 블록체인 시스템이 적용된다면 모든 거래 경로가 투명해지면서 위작이 걸러지고, 미술품의 공동 소유도 가능해진다. 다수가 지분을 투자할 수 있으니 신예 작가를 발굴하기도 훨씬 쉬워진다. 김 부대표는 “블록체인 시스템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만큼 GOB 플랫폼으로 수많은 편리한 서비스가 탄생하고, 이에 따라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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