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혁신금융안’ 발표]
코스피ㆍ코스닥 5~6월부터 인하… 비상장은 내년 4월부터 0.45%
과거 ‘실적 중심’ 대출관행 탈피 ‘일괄 담보+성장성’ 시스템 전환
1996년 이후 23년간 유지돼 온 0.3%의 증권거래세가 오는 5~6월쯤부터 인하된다. 정부가 코스피, 코스닥 시장의 거래세는 각각 0.05%포인트, 코넥스 시장은 0.2%포인트 세율을 내리기로 했다.
은행의 기업대출 심사기준도 실적 중심에서 ‘기술력 중심’으로 개편된다. 뚜렷한 실적이 없더라도 기술력이 좋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들이 은행 대출 문턱에서 좌절하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정부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이 같은 혁신금융안을 발표했다.
◇드디어 인하되는 증권거래세
정부는 우선 증권거래세 인하 카드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투자에 따른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이다. 각 시장별 인하폭은 △코스피ㆍ코스닥 0.3%→0.25%(-0.05%포인트) △코넥스 0.3%→0.1%(-0.2%포인트) △비장상 주식 0.5%→0.45%(-0.05%포인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거래세 부담만 줄어도 주식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 주장해왔다. 실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이 최소 3% 늘어날 거란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 일일 거래대금이 9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거래가 3,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증권거래세 인하 기대효과에 대해 “코넥스 시장과 유사한 영국의 AIM에 대해 거래세를 면제(2014년 4월)한 이후 거래대금이 2배 가량 증가했다”는 외국 사례를 인용했다.
정부는 상장주식의 경우 증권거래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5~6월부터 인하를 시행할 예정이며, 비상장주식은 증권거래세법 개정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거래세 인하로 올해 6조원으로 예상되는 관련 세수가 1조4,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율 인하로 증권거래가 늘어날 경우 거래세 인하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분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행 국내주식 간 혹은 해외주식 간에만 허용된 ‘손익 통산’을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간에도 허용키로 했다. 국내 주식에서 이익을 보고 해외 주식에서 손실을 봤을 때나, 그 반대의 경우 이익에서 손실을 감한 순수익에만 과세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양도되는 국내 또는 해외 주식에 대해서는 연간 단위 손익 통산이 허용된다. 정부는 손익 통산을 우선 주식에 적용하되 펀드, 파생상품 등 다른 투자상품에까지 확대 적용할지는 올해 연구용역 등을 통해 내년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반기고 나섰다. 당장 증권거래세가 폐지된 건 아니지만 첫걸음을 떼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조치로 합리적인 세제개편의 물꼬가 트이리라 기대한다”며 “혁신기업 등에도 큰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기술 있으면 은행 대출 쉬워져
기업 대출 시스템 변화도 추진된다. ‘부동산 담보+과거 실적’ 중심의 보수적인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일괄담보+성장성’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 기업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게 목표다.
우선 다양한 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출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일괄담보제’가 도입된다. 개별 자산일 때보다 집합자산으로 평가 받을 때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화장품 제조기업이라면 제조기계, 재고, 매출채권 등의 보유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할 때 현재는 각 재산을 별도로 평가하지만 앞으로는 모두 화장품 제조과정에 필요한 자산인 만큼 하나로 묶어 담보 설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기술력 중심의 창업과 기업성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력’과 ‘신용등급’을 통합하는 대출심사 모형을 마련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기술력이 있으면 신용등급이 개선돼 은행 자금을 한결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대출심사 시스템 개편을 통해 은행권에서 새로 공급될 자금이 앞으로 3년간 100조원가량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혁신금융이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맥”이라며 “미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혁신금융’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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