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최고령 사령탑
봄농구 앞두고 분위기 달궈
프로농구 최고령 사령탑 유재학(56)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추일승(56) 고양 오리온 감독이 ‘봄 농구’를 앞두고 유쾌한 입씨름을 벌였다.
1963년생 동갑내기 두 감독은 21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재치 있는 입담 대결로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유 감독이 먼저 도발했다. 우승 후보를 꼽는 질문에 유 감독은 추 감독의 오리온을 언급하며 “(추)일승이가 늙기 전에 우승 한번 더 해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유 감독의 갑작스러운 ‘나이 공격’에 추 감독은 고개를 돌려 뒤에 앉은 유 감독을 쳐다봤다.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 1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오리온은 5위로 4위 부산 KT와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오리온이 전주 KCC를 꺾을 경우 현대모비스와 챔피언 결정전 티켓을 두고 격돌한다. 유 감독은 4강 상대로 껄끄러울 것 같은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버거운 상대는 없다”면서 “추 감독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더 늙기 전에 해보고 싶다”고 다시 추 감독을 소환했다.
또 각 팀에 돌아가며 질문하는 순서 때 유 감독이 다시 추 감독을 향해 “더 늙기 전에 한번 해보는 거 어때?”라고 질문하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추 감독은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이 화살을 현대모비스 대표 선수 이대성에게 돌렸다.
추 감독은 “(이)대성아, 진실한 인생을 살아왔느냐”고 물은 뒤 “너희 감독님하고 나 중에 누가 더 늙어 보이냐”고 질문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이대성은 당혹해 하다 “당연히 우리 감독님이 더 젊어 보이시죠”라고 모범 답변을 했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이대성과 자유투 대결을 펼쳐 승리했던 유 감독은 부산 KT의 대표 선수 양홍석이 “자유투 대결을 하고 싶은 감독님이 있는지”라고 묻자 또 다시 “일승이하고, 더 늙기 전에”라고 말하며 스스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에 추 감독은 “50대랑은 안 한다. 30대 정도는 돼야지”라고 맞받아쳤다.
두 감독의 나이 공방에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이시 오그먼 KCC 감독도 머리를 긁적였다. 유 감독과 추 감독 중 누가 더 형처럼 보이느냐는 질문을 받은 오그먼 감독은 “너무 어렵다”고 했다. 옆에 앉은 추 감독이 눈빛으로 압박하며 한 명을 고르라고 재촉했지만 그는 “두 분 다 보기 좋다”는 말로 선택을 포기했다.
추 감독의 입담은 이날 수 차례 빛났다. 추 감독은 “흥행을 위해 일부러 정규리그 10연패를 했다”며 “플레이오프에서도 MVP 이정현(KCC) 선수를 만난 것이 영광이니 한 경기 정도 져 주는 게 예의”라고 4경기 만으로 6강 플레이오프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예능프로그램에서 ‘먹는 방송’을 자주 했던 현주엽 창원 LG 감독에게 “아직도 많이 먹니?”라고 질문해 웃음을 자아냈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23일부터 오리온-KCC, LG-KT의 6강 대결로 막을 올린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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