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지재권) 무역수지가 지난해 역대 가장 적은 적자폭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게임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지재권 무역수지는 7억2,000만달러 적자였다. 전년(-16억9,000억달러)에 비해 적자폭을 절반 이상 줄인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래 가장 적은 적자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게임회사들이 중국에 모바일 게임을 많이 수출하면서 전체 지재권 수지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게임 수출 호황은 △소프트웨어 저작권(2017년 +10억달러→+17억5,000만달러)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7억9,000만달러→+2억3,000만달러)의 수지 개선을 이끌었다. 게임이 저작권 보호를 받는 소프트웨어이고, 국내 일부 회사가 중국의 대형 게임 퍼블리셔(유통배급사)인 텐센트에 프랜차이즈권 판매 형태로 게임을 수출하기 때문이다. 두 부문 모두 역대 최고 실적으로, 특히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 수지가 흑자를 거둔 건 처음이다.
이런 ‘게임 한류’에 힘입어 지난해 대(對)중국 지재권 무역수지 흑자(30억2,000만달러)는 3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년(21억7,000만달러)와 비교하면 40% 가까운 신장세로,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에서 15억8,000만달러, 소프트웨어 저작권에서 7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다만 게임 수출의 과실은 대기업에 집중됐다. 주요 게임 수출 회사인 네이버, 넥슨, 네오플, 넷마블이 기업규모 성장에 따라 2017~18년 줄줄이 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된 영향이다.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에서 대기업은 전년의 3배 수준인 17억3,000만달러 흑자를 거둔 반면, 중소ㆍ중견기업은 재작년 6억2,000만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2,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수지 흑자 역시 대기업(17억5,000만달러)이 중소ㆍ중견기업(13억6,000만달러)보다 30%가량 많았다.
반면 특허 및 실용신안권 수지는 16억5,000만달러 적자로, 전년(-12억달러)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삼성전자 등이 스마트폰 및 반도체 판매량에 비례해 퀄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특허기술 사용료로 지급하는 로열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 부문 수지는 국내 기업들의 특허기술 강화에 힘입어 2013년 44억8,000만달러 이래 개선되는 추세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에선 지난해 22억7,000만달러 규모의 흑자를 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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