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다. 제1 야당 원내대표인 나 의원은 최근 정부여당의 속을 뒤집어놓은 도발적 국회 연설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심 의원은 여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혁안의 패스트트랙(신속 안건 처리) 회부를 밀어붙여 한국당의 표적이 됐다. 덕분에 나 원내대표는 일약 보수의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박수를 받았고, 심 위원장은 ‘심블리(심상정+러블리)’라는 별명의 진면목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 묘한 시기에 맞닥뜨린 두 사람은 4년 터울의 대학 동문이자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공통점이 있다. 나경원이 4선이라고 하나 서울시장 출마에 따른 공백을 감안하면 3선의 심상정과 국회 경력은 비슷하다. 하지만 한 사람이 온실 속 화초 같은 엘리트 길을 걸어왔다면 다른 사람은 광야의 잡초 같은 투사의 삶을 이어왔다. 당연히 스타일과 성향은 물과 기름처럼 달랐고 얽힐 일도 없었다. ‘민심 그대로’ 선거개혁을 추진하는 위원장과, 집권당의 ‘좌파 장기집권’ 의도를 깨는 원내대표로 만나기 전까지는.
□ 첫 펀치는 나 원내대표가 날렸다. 심 위원장이 연동형 비례제 배분 방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산식을 국민이 일일이 다 알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을 꼬투리 잡았다. 국민도 모르는 제도를 왜 강행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산식이 복잡해진 데는 한국당 책임이 크다. 정치 불신을 악용해 의원 수를 10% 줄이고 비례제를 아예 폐지하자고 몽니를 부렸으니 말이다. 권역별 50% 연동제를 고집하는 민주당도 일조했다. 하지만 비례 의석을 나누는 산식은 설명이 복잡한 것이지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핵심은 연동제 도입이다.
□ 그래도 심 위원장이 실언을 주워 담는 대신 ‘좁쌀정치’라고 반응한 것은 그답지 않다. 나 원내대표가 ‘국민패싱 선거법’ ‘여의도 최대 미스터리 법안’이라고 역공할 빌미를 준 까닭이다. 심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의 연동제 합의에 서명하고도 180도 말을 뒤집는 나 원내대표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재반격했지만 여의도를 안개 자욱한 미스터리로 덮으려는 꾐에 넘어간 느낌이다. 성과는 있다. 보수 아이콘으로 떠오른 나경원의 ‘속물성’을 드러내고 한국당은 ‘나만의 주님’을 찾는 수구 리더십으로 뭉친 작당임을 확인했으니.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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