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관객 10명 중 7명이 스크린 독과점으로 선택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사기업에 취업했다가 다시 해당 부처 장ㆍ차관을 맡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10명 중 8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 영화 반독과점 공동대책위원회 (반독과점 공대위) 준비모임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화 관객 81.3%가 멀티플렉스에서 대형 영화들이 대다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로 인해 보고 싶었던 영화를 못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71.0%로, 없다는 응답(29.0%)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관객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스크린 독과점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75.8%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16.2%)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관객들은 전체 영화관 스크린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CJ와 롯데, 메가박스 등 3사가 상영업과 투자배급업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도 대부분 인지(70.1%)하고 있었다. 대형 영화관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영화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중소 투자배급사들의 주장에도 크게 공감(83.0%)했다. 상영업과 배급업을 동시에 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68.4%가 찬성했다. 반대는 15.3%, 잘 모름은 16.3%로 집계됐다.
관객 10명 중 8명은 예술ㆍ독립영화에 관심이 있지만(83.3%), 가까운 곳에 상영관이 없어 불편을 겪은 경험(71.0%)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플렉스에 예술ㆍ독립영화 전용관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10명 중 8명이 찬성(81.2%)했다.
이번 여론 조사에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공직자 윤리에 대한 인식 조사도 함께 진행됐다. 정통 행정 관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8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문화관광부 차관을 지냈던 박 후보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영화배급협회장,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공동대표, CJ ENM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영화계는 박 후보자가 CJ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대기업의 입장만을 옹호해 왔다며 장관 지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도 고위공직자가 공직을 마친 후에 재직 시 관리ㆍ감독하던 기업에 취업해 사외이사나 고문 등을 맡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82.8%로 높게 나타났다. 대기업에 취업했던 전직 고위 공직자가 다시 부처의 장ㆍ차관으로 임명될 경우 중립적으로 업무 처리를 하지 못할 것이라 보는 의견은 66.3%로, 그 반대 응답자(25.0%)보다 높았다. 이 같은 ‘회전문 인사’가 현직 관료의 대기업 편향성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에도 80.2%가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여론 조사는 최근 1년 영화관에서 영화관람 경험이 있는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0%포인트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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