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 제1의 필름 기업이었던 코닥이 파산 신청을 했다. 음반, 비디오테이프 시장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신문과 텔레비전, 책도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인 로버트 터섹은 디지털 혁명이 몰고 온 시대의 변화를 ‘증발’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증발은 고체인 얼음이 액체인 물로 변환하며 수증기가 되는 현상. 저자는 유형의 제품과 비즈니스가 무형의 디지털 정보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과정을 증발에 빗댔다. 전통적 산업 경제는 단두대 위에 서 있다. 에어비앤비는 단 하나의 호텔 객실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숙박 가능한 방의 ‘정보’를 거래하는 것만으로 유수의 호텔 체인들을 제쳤다. 정보 자산을 긁어 모으고 중개하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도 ‘증발 경제’를 선도하는 모범 사례다. 어떻게 하면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손에 잡히는 익숙한 것보다, 잡히지 않는 변화의 흐름에 집중하란다. 내 일자리, 회사도 증발할 수 있다. 방심하지 말라.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증발
로버트 터섹 지음•김익현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발행•578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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